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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조용한 삶에도 방향은 있다

방향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선택으로 충분하다

by 수요일

퇴사를 하고 난 뒤,
나는 처음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긴 시간,
늘 ‘성과’와 ‘목표’로 가득 채워진 하루가
어느 순간 모두 멈춰버리자
길을 잃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렇게 멈춰 있어도 괜찮은 걸까?'
'내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 수없이 맴도는 질문에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의 방향은
거창한 계획이나 큰 성취에서만 오는 건 아니었다.
방향은 언제나
작고 단순한 선택들 속에 숨어 있었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순간,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
책을 읽고 문장을 남기는 짧은 습관,


이 사소한 반복들이
내 삶을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조용한 삶이라고 해서
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방향은 지도 위에 굵게 그려진 길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들이 이어져 만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멈춤은 낭비가 아니었다.

조용한 삶의 한가운데서도
나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며 걷고 있다.


조용한 삶에도 방향은 있다.

그 깨달음이 오늘의 나를 다시 앞으로 이끌고 있다.


방향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선택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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