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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플랫폼, 시장의 탄생

시장에서 살펴보는 플랫폼 경제의 특징

by 김상엽
지금은 당연한 유통 서비스의 역사를 살펴보며
미래 전략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어보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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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많은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은 한 특정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서로 연결시켜 그들이 다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일 생산자가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들이 파생되고, 생산자와 소비자는 각각 이 가치에서 이익을 얻게되는 구조입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제 플랫폼이 아닌 것들을 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데요, 특히 오프라인의 다양한 셀러들을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온 e커머스 영역이 플랫폼의 개념을 활용해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더 편하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죠.

아마존 플라이휠.png 제일 유명한 아마존의 이커머스 플라이휠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이 아니라, 플랫폼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플랫폼은 존재해왔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모여 다양한 쇼핑 경험을 경험하는 곳, 바로 시장말이죠. 오늘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원리가, 어떤 방식으로 과거부터 구현되어 왔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 거기가 바로 시장


시장(Market)은 언제 처음 생겼을까요? 저번 글에서 설명드린것처럼, 농업의 발달과 잉여생산물, 자원 분포 격차로 인해 거래의 필요성(수요)는 항상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타겟팅 하는데 많은 비용을 쓰는데, 과거는 오죽했을까요? 하지만 이건 구매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신상 청동칼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우리 동네에는 청동기를 판매하는 사람이 없고,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고, 막막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물건을 팔거나, 물건을 구하려면 무조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면 유리했습니다. 어찌됐건 사람이 많다는건, 그 물건을 팔거나 구매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더 높았으니까요. 물건이 없다 하더라도, 그 물건을 어떻게 구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겁니다. 지금도 물건을 많이 팔려면 타겟팅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네이버/카카오 배너 광고를 거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더 확실하게 비싸기도 합니다!)


그럼, 과거에는 고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과거의 네이버 지면은 바로 어디였을까요? 바로 신전이었습니다.

paestum-1722893_1280.jpg 고대 신전의 모습

사람들이 모이려면 아래와 같은 세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언제 모일건지?

2. 넓은 장소

3. 뭐 할건지?


현대에 이르러서야 일상생활에서의 종교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과거 고대인의 삶은 종교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고대 문명 사회에서 최상위 계급은 사제였습니다. 또한 신전은 정부와 맞먹거나, 정부를 넘어서는 권력을 가진 경우가 많았죠. 수메르문명의 여러 도시들의 신전에서 발굴된 여러 점토 기록들에서 곡물, 맥주, 가축, 노동력 배분 등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으며 신전이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일상 생활의 경제에도 관여하는 기관이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해당 시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신전이 사람들의 트래픽을 모으고 권력의 핵심 기관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메소포타미아에서 볼 수 있는 경제체제인 신전경제는 수메르 문명과 더불어 다른 문명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같은 신전의 행태는 다양한 버티컬 커머스와 유사한 행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종교를 통해 트래픽을 확보한 신전이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권력/부가가치를 확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버티컬 커머스도 처음엔 커뮤니티 등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일정 이상 트래픽이 쌓이면 커머스 서비스를 붙이는 것과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장 진 많은 곳, 무신사가 대표적인 케이스겠네요.


즉 최초의 시장은 거래를 위해 형성되었다기 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Traffic)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었고, 시장의 이런 편의성의 고객경험이 향후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없을땐 몰랐는데, 있으니까 너무 좋잖아?!



시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도시가 생긴 이후로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크게 두가지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요.


① 관리 주체의 유무에 따라

국가가 주도한 관영시장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민영시장

② 시장이 열리는 주기에 따라

상설시장

5일장

7일장

계절장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록상으로 나타나는 최초의 시장은 신라 소지왕시절, 경주에서 개설된 경시 입니다(1). 상인들은 전국 곳곳의 다양한 시장에서 각 지역의 특산물이나 저렴한 물건들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여 팔았고,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시장의 형태는, 오늘날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그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스크린샷 2025-03-18 220728.png 한스러운 퀄리티,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시장을 개설하는 주체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데, 현대의 시장(=플랫폼)은 기업들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거래 과정에 개입하여 이익을 얻는데 있습니다. 과거의 시장은 그럼 누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 만들었을까요?


바로 국가입니다.


예로부터 국가는 시장을 개설하고 관리감독하였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뿐만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을 활용하여 국가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죄인의 형을 집행도 시장에서 행했습니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모여 숙덕거리거나, 대역죄인이 재판을 받는 장소는 시장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이전,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바로 시장이었습니다. 국가는 이 플랫폼을 통해 정치에 필요한 다양한 효용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관영 시장 외 민간 시장도 많았는데요?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민간시장은 철저히 판매자와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서 생겨납니다. 중앙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 오지부터 도심지라 하더라도 관영시장이 시장을 마련해두지 않은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기는 수요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판매자의 추가적인 이윤을 얻기 위한 지점에서 민간 시장은 생겨납니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이후 금난전권이라는 정책을 통해 일부 상인들의 상품 판매 독점권을 부여했는데요, 여기서 난전은 허가받지 않은 상행위를 의미합니다. 여러가지 기록에서 난전이 성행했다고 하는 것을 보아, 국가가 아무리 관리감독 하려 하여도 시장원리를 철저히 따라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 욕구를 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 판매자,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민영시장은 현대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까요? 과거라면 오프라인의 시장 형태로 나타났을 형태의 거래 행위가 디지털로 옮겨와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게 되었습니다. 중고거래부터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공구, 블로그마켓, 홈쇼핑 등 소비자와 기업들은 끊임없이 기술과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여 다양한 거래 행위를 창조해내고 있고, 이 사이에서 비즈니스 기회는 항상 넘쳐나고 있습니다.



시대를 관통하여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이윤을 얻고자 하는 판매자, 구매를 통해 효용을 느끼고자 하는 구매자, 그리고 이 둘을 이어 주는 플랫폼 환경은 항상 존재합니다. 어떻게서든 사람들은 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특정 플랫폼으로 모여들어야 합니다. 시장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판매자의 이윤을 얻고자 하는 욕구와 소비자의 구매를 향한 욕구를 이어주는 곳! 과거에는 그 형태가 오프라인 시장으로 발현되었다면, 현대에는 온라인 환경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비즈니스 기회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건을 판매할 때, 플랫폼을 기획할 때, 사람들이 어떤 욕구로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

(1) https://www.kidshankook.kr/news/articleView.html?idxno=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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