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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탄생 : 인류를 움직인 첫 번째 교환 품목은?

1-1. 인류는 언제부터 거래라는 행위를 하기 시작했을까?

by 김상엽
인류 역사의 인문학적 가치에서 커머스 전략의 미래를 찾는 책을 씁니다.
거래의 본질적인 행위를 고찰하고, 미래 전략에 대해 고민해 보자구요!




길을 걷다가 산책하는 강아지들, 많이 보시죠? 강아지는 대개 서로 마주치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주인도 까먹은 채 서로 열심히 짖는데요, 동물은 대부분의 종이 낯선 동족을 마주할 때 적대감을 표현하거나,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요? 처음보는 타인에게 반갑다고 인사하고, 대화하며 교류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갑니다. 이는 우리가 동일한 문화권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모두가 공유하는 일정한 사회적 규범을 따른다는 전제 하에 일어나는 행동입니다.


인류는 직립보행과 뇌가 커지는 생물학적 진화를 활용하여 사회적인 진화를 개발해냈습니다. 언어/문자/사회/국가 등 자연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많이 창조해냈죠.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문자로 기록해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이에게 전달하며, 사회라는 공동체를 건설해 국가의 울타리 안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책들이 이런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여러 추상적 개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많이 연구해왔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 중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고, 타인의 “어떠한 가치”와 교환하는 “거래”라는 개념을 주목해 보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인간은 왜? 동족과 “교환”이라는 행위를 이토록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을까요? 현대의 유통이 형성되게 된 배경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첫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류는 언제부터 “거래”라는 행위를 하기 시작했을까?

초기의 인류는 나무의 과일을 따먹고, 짐승을 사냥하며 먹을 것을 해결했습니다. 사냥감에서 나온 가죽을 걸치고 다니며, 동굴에서 지냈죠. 과일과 짐승의 고기는 저장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채집량도 크지 않아 잉여 생산물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수렵/채집 방식의 경제구조는 리스크가 매우 커, 그날 사냥과 채집에 성공하지 못하면 굶어야 했기 때문에 인류는 언제나 풍부한 과일과 사냥감을 쫓아 이동해 다녔죠. 이 당시 인류의 가장 효율적인 저장 방식은 잉여 열량을 지방으로 바꾸어 몸 구석구석에 저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을겁니다. 현대인의 비만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지만, 매일 먹을 것이 보장되지 않던 원시 사회에서는 풍요의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시시대에 태어났으면 부족장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ai-generated-9075449_1280.jpg 수렵하는 원시인의 모습


인류의 점점 커지는 뇌구조와, 직립 보행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은 채집과 사냥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개발해냈습니다. 석기 시대에 진입하며 인류는 돌을 활용해 창,활과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무기를 고안해냈으며, 이를 더욱 더 고도화 하기 위해 다양한 광물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기 쉬운 돌을 뾰족하게 부수어(뗀석기)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수어 만드는 석기는 세공의 정밀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만드는데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애써 만든 석기도 실제 사냥과 전투에서는 살상력이 떨어져 위험한 동물이나 다른 집단을 한 번의 일격에 제압하지 못할 경우, 내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 했을 겁니다. 이 시기 좋은 장비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를 넘어,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였죠.


흑요석, 위키백과 출처

사냥과 전투에서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일부 지역에서 놀라운 광물이 발견됩니다. 흑요석이라고 불리는 이 광물은 가볍게 톡 치면 뾰족한 모습으로 쉽게 갈라져 화살촉, 창을 만드는데 아주 훌륭한 성질을 가졌습니다. 자연의 유리라고 불리는 흑요석은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화성암의 일종으로, 규장질의 용암이 빠르게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화산 활동이 일어난 지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지형 근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광석인데요, 한반도 근처에서는 백두산과 홋카이도 시라타키가 주요 산지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추론으론 그 주변 지역에서 활발하게 출토되어야 정상인데, 흑요석 유물은 쌩뚱 맞게 400km 넘게떨어진 전남 장흥이나 사할린, 아무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토되고 있습니다.(1) 이런 흑요석의 당황스럽도록 광활한 분포는 한반도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넓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흑요석 산지와 육로로 이어지지 않은 곳까지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흑요석은 역사가 존재하지 않은 선사 시대에 인류가 무역, 즉 거래를 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고고학적 자료 중 하나입니다. 흑요석의 분포를 통해 인류는 최소 1만년 전 이전의 시기부터 거래라는 행위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흑요석 분포.png 한반도의 흑요석 유물 분포도, 수정예정





현대인의 거래에는 매우 다양한 변수가 작용합니다. 환율이 변해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보와 같이 정치적인 관세도 거래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이런 거시적인 이유 말고서라도 우리는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인 브랜드,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 충동 구매 등 다양한 이유로 물건과 화폐를 거래합니다.

하지만 흑요석 거래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도, 가격을 표시하는 화폐도,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브랜드도,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사버리고 마는 충동구매도 없습니다. 흑요석을 예쁘다고 사진 않았겠죠? 원시인들의 흑요석 거래를 통해 우리는 거래를 위한 다양한 현대의 복잡한 변수를 걷어내고, 거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상품의 절대적 가치(쓰임새)


흑요석은 사냥을 통해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원시인들에게 삶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소재였습니다. 흑요석을 통해 원시인들은 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제작하여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냥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흑요석은 원시인들의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명확한 쓰임새(용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흑요석이 다른 광석에 비해 지는 특이한 성질(뾰족하게 잘 깨짐)은 가치를 만들어 냈고, 이러한 가치는 수렵/채집이 주요 생산 수단인 원시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어떤 물질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누군가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 시킨다면 누군가에게는 절대적 가치(수요)를 창출할 것이고, 이 가치를 찾아내거나 개발하는 것이 상품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품의 상대적 가치(희소성)


공기는 누구에게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지만, 굳이 거래를 하진 않습니다. 지구의 육지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은, 물론 그 질이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공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흑요석은 일부 화산지대에서만 생산되는 광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흑요석 광석을 구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희소성이 거래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어떤 부족은 늘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 했을 것이고, 어떤 부족은 늘 무기를 구하기 어려워 했을지도 모릅니다. 희소는 상대적인 가치이므로, 이 상대적인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 거래의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모든 지역에서 흑요석이 풍부하고, 모든 지역에서 식량이 풍부하다면, 굳이 흑요석과 식량을 교환하는 거래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풍부함은 상대적 가치를 낮추고, 부족함은 상대적 가치를 높입니다. 풍부함과 부족함을 서로 교환하므로써 거래의 주체들은 본인이 보유한 가치의 차이만큼 효용을 얻습니다. 희소성은 상품의 가치를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킵니다. 공기는 인간의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무한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희소성이 0인 것을 의미하고, 모든 지구상의 인류는 공기에 대해 상대적 가치를 비슷하게 매우 낮게 느끼기 때문에 공기에 대한 거래는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


거래 당사자 간 연결


흑요석은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화산 지대에서 발견됩니다. 선사시대 흑요석 유물의 성분을 분석하면 흑요석의 출처를 알 수 있는데요, 흑요석 유물 자체는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지만, 터키 화산지대에서 생산된 흑요석이 한반도에서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즉, 거래 반경이 넓지 않았던 선사시대에서는 현대에 비해 제한된 범위에서의 거래만 발생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 간의 연결이 어떤 형태로든 발생하는 것이, 거래의 발생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시 사회에서는 연결의 방식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조차 본인 눈앞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목숨을 앗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물며 문명이 자리 잡지 못한 원시 사회에서는, 미래를 위해 이 사람과 수차례 거래하는 것보다 당장 해치고 약탈하는 것이 내가 보유한 가치도 잃지 않고 빠르게 상대방의 가치를 획득하는 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실제로 곳곳에 흩어진 흑요석의 상당 부분은 거래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약탈의 증거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래의 주체들이 교환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무기를 내려놓는 등), 의사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언어가 달랐을 가능성도 큽니다), 어느 정도 수량을 얼만큼 흥정할 것인지 등 연결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방식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상품을 성공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절대/상대적 가치를 소유한 당사자들이 연결되는 방식도 거래가 일어나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거래는 아래와 같은 3 요소가 결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① 쓰임새가 있는

② 희소한 재화를

③ 두 개 이상의 주체가 잘 연결되어 교환하는 것


현대 사회에서는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몰두하고, 유통사와 커머스는 거래의 대상들을 연결하여 그들이 교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어 생각해보니 희소한 재화는 어떻게 분배 되는지가 빠져있는데요? 희소성은 화폐의 가치로 치환되어 나타납니다. 희소하면 비싸지고, 흔하면 싸지는 방식으로요.

사실 희소성은 상품을 넘어, 우리 각각에게 모두 부여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이죠? 부자는 화폐의 총 가치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사람이고, 가난한 사람은 화폐의 총 가치 중 적은 부분을 차지한 사람입니다. 빈부격차는 희소성을 계량화하여 각 개인에게 분배하는 과정입니다. 즉, 개인에게 한정된 희소한 자원인 화폐를 활용하여 우리는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거래해 나가야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기본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주석

(1) 전곡선사박물관 김소영 https://jgpm.ggcf.kr/boards/prehistory column/articles/487

(2) https://www.metmuseum.org/toah/hd/ubai/hd_ubai.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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