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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Feb 04. 2022

정신과 의사가 영화를 보면 뭐가 다를까?

별로 안 달라요…

인터넷을 하다 보면 "정신과 의사가 본.."이라는 제목의 평론 글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럴 때면 약간 뜨끔하곤 한다. 나 또한 영화, 드라마 등을 보고 종종 감상평을 쓰곤 했으니까. 어느새 그렇게 모여진 글들을 모아서 또 하나의 브런치 북을 편집해보았다.

인터넷을 보면 '정신과 의사가 본...'이라는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출처: 네이버 검색)

만약 누군가가 이 글들을 읽고, ‘정신과 의사가 영화를 보면 뭐가 달라요?’라고 묻는다면, 조금은 머쓱할 것만 같다. 사실,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렌즈를 끼고 예술 작품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처럼, 정신건강과 관련된 해석이 조금씩 들어가긴 한다. 아마 대부분의 반응도, '정신과 의사가 본 영화, 별거 없네'와 같지 않을까.

내 정체성에 '정신과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큼일까?

요즘 들어 부쩍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하나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환자들을 만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외래 환자들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면서부터, 더더욱 그렇게 느끼곤 한다. 그 사람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또 내가 그들과 의사-환자로서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어느새 내 삶의 일부로 조금씩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정신과 의사와 환자는 치료(to treat)를 하고-받는다(be treated)는 표현보다는 '함께 일한다(work with/together)'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또한 많은 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은 가운을 입지 않는다. 넥타이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뉴욕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5년간 한 번도 넥타이를 매거나 가운을 입은 채로 환자를 만난 적이 없다. 의사로서의 권위는 정신과 의사-환자의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뉴욕에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는 넥타이를 메지도, 하얀 가운을 입지도 않는다.(출처: 게티 이미지)

그렇게 이 브런치북도 하얀 가운에 넥타이를 한 의사보다는, 남방에 면바지를 입은 동네 아저씨가 쓴 글들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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