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고가 묻히지 않으려면

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by 나른히

편집자로 일하면서 수십 권의 책을 담당해왔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컴퓨터 속 원고를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또한, 만든 책보다 더 많이 받아보았을 투고 메일도 여전히 나에게 큰 숙제를 던져준다.

하루에 열 개 남짓의 투고 메일이 회사 메일로 도착한다.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원고를 읽고 의견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편집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원고에 답을 주지는 못한다. 주어진 출간 일정에 움직이다 보면 메일 속에 남겨진 글들을 채 열어보지도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답장조차 받지 못하는 투고자는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몇 년 전, 그림책을 투고했던 내 친구는 어느 출판사에서 편집자의 정성스러운 의견이 담긴 답장을 받고 매우 기뻐했다. 그러고선 편집자인 나에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냐고 물어봤었다. 나의 짧은 경력에 비추어보면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운이란 먼저 투고자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


투고 원고의 대다수는 검토 전에 출판사의 출간 분야와 맞지 않아 인연을 맺지 못한다. 어학 도서를 거의 내지 않은 출판사임에도 ‘영어 공부 잘하는 법’ ‘일본어 회화 금방 배우는 법’ 식의 원고가 들어올 때면 매우 아쉽다. 마치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을 목격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원고와 분야가 맞는 출판사에 투고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출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답하는 편집자로서도 이렇게 아쉬운데, 원고를 보낸 사람은 더욱 섭섭할 것이다.

팁이라기엔 소박하지만, 원고를 보낼 때 출판사의 ‘최근’ 출간 도서를 살펴봐야 한다. 현재부터 1~2년 동안 출간된 도서들의 분야를 살펴보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몇 년 간 다양한 분야에 시도해보았다가 이후 자신에게 맞는 분야로 집중하는 출판사가 꽤 맞다(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책을 내는 출판사도 있다). 물론 지금은 그 분야에 책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거기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최근 출간하는 분야가 같아야 편집자도 거절보다는 검토를 먼저 생각한다.

나침판처럼 방향을 찾아가자.

친구는 그림책을 주로 내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덕분에 그림책을 담당하는 편집자의 눈에 들었다. 그리고 운 좋게 친절한 편집자를 만나 제삼자의 진솔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결론은 출간하기 힘들겠다는 말이었지만, 친구는 누군가 자신의 원고를 살펴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여러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몇몇 출판사만 추려내 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이름만 들어본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서 출간 계약이 이루어졌을 때까지는 기쁠지 몰라도, 작업이 진행되면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편집이나 디자인 방향이 서로 맞지 않으면, 책을 냈을 때도 아쉬움만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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