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을
구겨 넣은 펜을 들고
어디에도 비지 않는 목소리로 말한다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면
바람에 흩어진 꽃잎처럼
흩날리며 살아왔다 말하겠다
누가 볼지 모르지만
이 작은 종이 위에
모든 생의 무게를 실어본다
흔적은 짧고, 글씨는 적다
사람을 사랑했고
돈 없음을 두려워했으며
빈 방에서 고독을 찾았다
때로는 무너졌고
때로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게
내 이름은 오래된 기억처럼
그러나 조금은 낯설게
겨울 바다가 얼어붙기 전에
그 속을 다 들여다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