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핍을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눈빛 속 숨은 고백, 말투에 스친 온기
그 조각들로 나를 채우려 하건만
틈새마다 차오르는 한숨만 감돌뿐
결핍은 비어 있는 공간이라지만
그 틈 사이 빛은 또렷이 새어 나온다
구멍 난 곳마다 삶의 흔적이 남아
나는 그 자국으로 나를 지탱해 간다
타인의 빛을 빌려 어둠을 덮으려
나는 얼마나 오래 허공을 붙들었나
덧없이 번지는 그림자 속에서도
나의 무늬는 잔잔히 숨 쉬고 있었다
결여는 결핍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비어 있음 속에도 모양이 있었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아도 괜찮음을
나는 이 틈새에서 비로소 배웠다
흔들리는 손끝이 결핍을 감싸 안고
나의 빈자리마다 이름을 불러본다
여전히 나에게는 부족한 것 많으나
그 부족조차도 나를 완성하는 무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