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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시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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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Dec 02. 2024

혼자이고 싶은, 혼자가 싫은

사람은 언제나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설 때,
 문을 열고 마주하는 어둠은 어딘가 불안하다.
 그 침묵은 숨을 쉬게 하지만, 동시에 숨을 막는다.

아스팔트 위로 퍼지는 열기가 온몸을 휘감을 때,
 사람은 차가운 눈송이가 손바닥 위에 녹아내리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코끝이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면
 다시 여름의 바닷가를 그리워한다.
 몸을 맡긴 차가운 물결 속에서 느낀 그 순간의 시원함이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세상의 소음과 숨 막히는 관계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일 것이다.
 그런데도 혼자가 싫다는 마음은, 그 침묵 속에서
 온전히 드러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기 두려운 탓이 아닐까.
 사람은 온도에도, 공간에도, 관계에도
 늘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리움과 피로가 뒤섞인 감정.
 어쩌면 인간은
 그 어떤 계절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온전히 머물 수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우리는 늘 다른 어딘가를 그리워하며
 현재를 놓치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다가올 날들에 불안을 품는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고독과 불안,
 그것이 바로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기 싫은 이유가 아닐까.

사람은 한쪽 손으론 상처를 남기고,
 다른 손으론 그 상처를 감싼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를 두드리고,
 다정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도닥인다.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지만,
 그 위에 얹어진 손길이 덜 차갑고 덜 아프다면
 어쩌면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이기적이다.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고,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그 이기적인 마음이 모여 다정함을 만들기도 한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엉성하지만,
 그 다정함이 우리를 지탱한다.
 우리는 그 다정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불완전한 너와 내가
 그저 서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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