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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시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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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Dec 02. 2024

안부라는 작은 인사

안부라는 말은 특별하지 않은 단어 같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가 깃들어 있다. 안부를 묻는 일은 마음을 건네는 일이다. “너를 잊지 않았다”는 작은 포옹 같은 말.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실력도 경험도 부족해 매 순간이 어리둥절했다. 조언을 구하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시절. 어느 날, 공연장에서 한 번 스쳤던 선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잘 지내지? 요즘도 열심히 잘 살며 음악하고 있겠지?”

짧은 문장이었다. 지나치게 친근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말들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묘한 다정함이 느껴졌다. 마치 먼발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손을 내밀어주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선배는 매해 연말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안부를 물었다.
 “어떻게 지내? 여전히 음악하고 있지?”
 “올해는 괜찮았어? 네 소식 들으면 항상 기운 나더라.”

처음 몇 년 동안 나는 늘 같은 방식으로만 답했다.
 “덕분에 잘 지내요. 선배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선배가 바쁠 텐데 괜히 귀찮게 여겨지지 않을까 싶어 짧게 쓰면서도, 어딘가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내 답장 속 짧은 안부 질문에도 선배는 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따뜻한 문장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3년, 5년,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선배의 안부는 한결같았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고립된 시절에도 그랬다.

“올해는 좀 힘들었어. 그래도 네가 잘 지낸다니 기운이 난다. 네 음악, 꼭 다시 듣고 싶다.”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는 선배가 안부를 묻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선배도 나와의 연결을 통해 힘을 얻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깨달음에, 선배의 메시지에 늘 뒤늦게 답장만 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그날, 작은 용기를 냈다. 이번만큼은 내가 먼저 안부를 묻기로 했다.
 “선배님, 올해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문자를 보내는 손끝이 약간 떨렸다. 괜히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 하지만 곧 돌아온 답장은 여느 때처럼 따스했다.
 “네가 먼저 물어보니 참 반갑다. 올해도 잘 버텼어. 너도 힘내라.”

안부라는 작은 행위가 어떻게 마음을 이어주는지, 나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선배의 꾸준한 안부가 아니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그 메시지들은 나에게 “너는 잊히지 않았다”는 위안과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언젠가 선배와 마주 앉게 된다면, 나는 꼭 물어보고 싶다.
 “선배님, 그렇게 꾸준히 안부를 물어본 이유가 뭐였어요?”
 선배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떤 대답이든, 나는 그 마음을 오래오래 품고 있을 것이다.

안부라는 작은 인사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실이 되고, 그 실이 마음의 결을 따라 엮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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