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한 마디 품고 지나가네
내 입에서 나지 않은 말인데
이상하게 내 얼굴을 하고 돌아오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네
나는 그곳에 없었는데도
어디선가 내 목소리 들렸다네
말은 멀리 뿌려진 씨앗처럼
사람 손 타며 자라나네
누군가는 그 씨앗을 옮기고
누군가는 그 씨앗에 물을 주네
그러다 보면, 나는 본 적 없는 나무가
내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하네
가장 두려운 건 씨앗을 심은 자가 아니라
무심히 그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네
그들은 그저 바람 흘려보냈을 뿐이라 말하겠지
그러나 그 바람은 흙을 뒤흔들고
이제는 내가 발 디딜 자리가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