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고 있다보니 한국 물건을 종종 사러 한인마트로 갈 때가 있다. 내가 사는 도시엔 작은 한인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거리가 조금 멀어서 그런가. 로컬 마트와는 다르게 한 번 갈 때 마음먹고 가게 된달까?
그렇게 오랜만에 들리는 한인마트에서 난 언제나 이성의 끈을 놓쳐버리고 고삐가 풀린 말처럼 계획에 없던 물건들을 마구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한다. 냉동식품칸을 구경하다보면, 만두가 보이고, 떡볶이 팩이 보이고, 냉동쭈꾸미볶음이 보인다. 담는다. 라면칸도 반드시 들려 비건 혹은 해산물 베이스의 라면을 찾는다. 또 담아 넣는다. 그 작은 가게 안을 몇 번 돌다보면 어느새 장바구니는 가득 차고, 집에 돌아와 정리하다보면 무슨 일인지 죄다 플라스틱이다.
이미 구매한 후 후회해봤자 늦었다. 냉장고, 특히 냉동고 안을 꽉 채운 냉동식품들은 플라스틱 산을 만들어냈다. 아, 다음에는 냉동식품은 사지 말아야지.
하지만 인간은 원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솔직히 외국에 오래 살다보면 한국 냉동식품만큼 맛있는 게 없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이성을 가뿐히 무시하고 손을 뻗어버리는 맛있는 것을 향한 내 욕망.
구매한 물건들을 정리할 때도 많은 양의 플라스틱 봉지에 놀라지만, 그 물건들을 모두 사용한 후 뒷정리를 하다 또 한 번 놀란다. 우리나라 상품은 큰 플라스틱 봉지를 뜯으면 그 안에 작은 단위로 물건들이 소분되어 있는 또다른 플라스틱 봉지를 마주하게 된다.
간단히 라면만 생각해도 그렇다. 네다섯개의 라면이 함께 싸여있는 큰 봉지가 있고 그걸 뜯으면 낱개의 라면봉지가 나온다. 그 라면 봉지 하나를 뜯으면 라면사리 하나와 라면스프, 라면 후레이크, 가끔 고추기름까지, 평균 2개의 양념봉지들이 들어 있다. 죄다 플라스틱이다.
어느 날, 친환경 육수코인 이라는 상품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동전모양의 육수블럭이라기에 편하게 국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사볼까 했다. 하지만 '친환경'이란 이름에 무색하게도 그 동전 만한 작은 육수 블럭이 하나하나 따로 포장이 되어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했다. 대체 어디가 친환경이라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육수 코인이 그대로 물에 녹아버리니 음식물쓰레기도 안나오고 친환경적이라는 것 같은데, 그 작은 코인들을 낱개포장만 안했어도 참 좋았겠다 싶었다.
한인마트만 가면 플라스틱을 잔뜩 사오는 버릇을 고쳐야할텐데 이 글을 씀으로써 장을 볼 때 좀 더 의식적으로 냉동식품과 라면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귀찮더라도 신선식품을 구매해 자주 요리해먹어야 겠다. 슬프지만 그래도 무해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뱉은 말은 지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