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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이 Oct 20. 2021

7. 밀키트도 충분히 친환경일 수 있다구요!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7. 밀키트도 친환경일 수 있다구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밀키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소와 음식재료들을 마트에서 사와도 1인가구는 소량만 사용하고 대부분은 냉장고에서 썩히기 마련이기에 음식을 만들기 위해 딱 필요한 재료만 소분되어 들어있는 밀키트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발명품이다. 게다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오지 않았나. 온라인으로 식료품들을 쇼핑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는 중이다.


밀키트는 딱 필요한 양의 재료들만 들어있기에 재료들을 썩히지 않아도 되고 친환경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뜯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의 경우, 유튜브에서 밀키트 언박싱이라던지 리뷰영상을 볼 때마다 내 눈에 거슬리는 것은 재료 대부분이 다 각각 플라스틱 용기에 소분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파 한 단 까지도... 대량생산을 해 마트에 진열해 놓고 파는 경우가 많다보니 재료가 오래 유지되어야해서 고기나 상하기 쉬운 반조리된 재료들 같은 경우는 소프트 플라스틱 봉지에 밀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외에도 고추 2개, 파 한 단, 브로콜리 등 포장이 딱히 필요없을 것 같은 이런 작은 아이템들이 낱개로 자신들보다 훨씬 큰 플라스틱 봉지에 포장되어 있다. 심지어 밀키트 자체 상품도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대체 한 끼 해먹는데 쓰레기가 몇 개가 나오는 건지 셀 수가 없다.


밀키트 업체들이 이런 환경문제 때문에 포장지를 친환경 포장지로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22년에 '밀키트법'이 시행되며 안전관리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 신선식품을 종류별로 각각 포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져 쓰레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게 현재 한국 밀키트 산업의 전망이다. 


캐나다에도 큰 밀키트 시장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HelloFresh, 다른 하나는 Chef on the Table 이다. 이곳은 밀키트를 대량으로 생산해 마트에 진열해놓기보다는 구독서비스로 일주일에 한 번씩 신청한 밀키트가 집으로 배송이 된다. 나도 캐나다에서 혼자 살고 새벽근무를 하기에 낮에는 잠을 자느라 장보러 나가는 시간이 애매해 밀키트를 알아보고 있었다. 가장 유명한 밀키트 회사가 위에 언급한 저 두 곳이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후기를 물어봤는데 친환경적 포장을 한다고 하는 저 두 회사 마저도 재료들이 플라스틱 봉지에 쌓여 올 때가 없지는 않다고 했다. 


아, 밀키트는 친환경적일 수가 없는 것일까. 좌절감을 느끼고 있던 그 때, 평소에 친환경물품을 자주 검색하던 탓이었을까. 내 폰에는 항상 친환경 물품 광고들이 많이 떠다녔는데, 그 중 Freshprep이라는 한 밀키트 회사가 내 눈에 띄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커다란 슬로건, 'Support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아, 유레카! 를 외치는 순간이었다. 


다른 밀키트 회사와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면 일단 재사용이 가능한 Zero Waste Kits에 재료가 담겨, 반납이 가능한 Cooler bag으로 배달된다는 점이다. 제로웨이스트 킷은 길죽한 컨테이너인데 그 안을 열어보면 재료가 포장없이 컨테이너안에 잘 분류되어 담겨있다. 심지어 소스까지도 작은 컨테이너 안에 담겨 제로웨이스트 킷에 잘 부착이 되어 있으니, 말그대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였다. 직접 구독해 시켜먹어보니 가끔 종이봉투에 담겨 배달될 때도 있는데 캐나다에서 종이봉투는 compost로 분류되니 괜찮았고, 야채 낱개들은 포장없이 봉투에 들어 있었다. 소스나 향신료 등의 재료들은 어쩔수 없이 플라스틱 봉지에 소분되어 있었으나, 사용 후 깨끗이 씻어 다음 밀키트를 받을 때 함께 반납을 하면 그 쪽에서 재활용을 한다고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었다. 


배달만 하는 다른 밀키트 사업과는 달리 이곳은 수거까지 함께 제공하다보니 재사용 가능한 물품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밀키트 사업에 비해 구독료가 높긴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에 있어 더 많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기에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회사는 더 널리 알려지고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추천을 하고 다녔더니 주위 사람들도 내 끈질긴 구애에 결국 구독을 했고, 결과적으로는 다들 만족해했다.


밀키트도 충분히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한 사례가 보여준다. 몇 과정을 더 거친다면 충분히 제로웨이스트로 재료들을 배달 할 수 있는 것이다. Freshprep만이 하는 몇 과정들이라 함은 첫 째, 수거를 한다는 것이었고, 둘 째, 미리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배달 일주일 전에 마감함으로써 미리 주문량을 알고 키트를 제작을 한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환경보호에 민감한 밀키트의 주고객층 MZ세대의 관심을 잘 이끌어 낸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친환경 밀키트 사업계획서를 써서 한국에서 창업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괜찮은데? 아무도 없으면 나라도 만들어버려? 



밀키트를 통해 그동안 만든 음식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그 일곱 번째 기록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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