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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이 Oct 18. 2021

5.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파스타 소스병의 마법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5.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파스타 소스병의 마법

제로웨이스트, 친환경라이프 관련 유튜브 속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면 아마 '메이슨 자(mason jars)' 아닐까? 유튜버들의 주방을 보면 항상 요리에 쓰이는 마른 재료들이 각각 다른 크기의 수많은 메이슨 자에 보관돼 차르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렇게 깔끔하고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사실 나는 메이슨 자라 불리는 이 병을 영상으로 보고 검색한 후에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갑자기 주방을 뒤적거려 별로 되지도 않는 마른 재료들, 예를 들면 부침가루라던지, 시리얼이라던지 등을 찾아내고 그 후엔 이 병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이 곳 캐나다에서는 흔히 쓰이는 보관용기라 mason jar를 검색만 하면 벌크로 파는 곳들이 아마존을 포함해 주르륵 나온다. 


하.지.만. 잠깐! 첫 연재글에서도 말했듯 '제로웨이스트'를 하겠다며 그 분위기에 맞는 새 제품을 사는 것은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일단 사고 싶은 새 물건을 대체할 만한 다른 물건을 혹시 내가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은 지 주위를 둘어보자. 그리고 골똘히 생각해보자면, 오? 나는 이미 메이슨 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쌓이고 쌓여있다. 어디에?


바로 재활용 바구니 안에! 


파스타를 워낙 좋아해 파스타 소스를 한 번 코스트코에서 벌크로 6병 판매하던 것을 산 적이 있는데 다 쓴 파스타 소스통이 깨끗히 씻겨 재활용 바구니 안에 담겨져 있었다. 꺼내서 보니 파스타소스가 없는 그 용기는 그냥 내가 방금까지 구매하려고 했던 메이슨 자였다. 아직 다 먹지 않은 소스통도 합치면 난 벌써 6개의 병을 파스타소스를 사면서 얻은 것이다. 이 많은 병을 두고 내가 새로운 병을 또 구매하려고 했다니... 게다가 그동안 그냥 재활용 바구니에 담아 흘려보낸 파스타병만 해도 대체 몇 개인가.


그 후로 파스타 소스병이나 유자차 병 같은 유리용기 제품은 다 쓴 후 무조건 깨끗히 씻어 뜨거운 물에 소독도 한 후 보관하고 있다. 또한 물건을 살 때 플라스틱에 담긴 제품보다는 유리병에 담긴 제품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공짜 병이 원플러스 원으로 함께 딸려오니 말이다. 


이렇게 모은 유리병들은 마른 재료를 보관하는 것 이외에도 쓰일 곳이 참 다양했다. 한 예를 들자면, 올해 생일에 친구에게서 꽃다발을 선물받게 되었는데 생전 꽃을 집에 장식으로 놓은 적이 없어서 딱히 보관할 화병이 없는 것이다. 그 때 갑자기 찻장에 모아둔 유리병들이 생각났고, 수많은 유리병 중 화병으로 하기 딱 알맞은 사이즈를 찾아 물을 담고 해체한 꽃다발을 내맘대로 꽃꽂이를 해 놓으니 그럴 듯한 작품이 되었다. 아주 잠-깐 화병을 사려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며 열어놓은 검색창을 조용히 닫은 것은 비밀. 




이외에도 제로웨이스트 상점에서 재료들을 살 때 재료들을 담을 용기로 가져간다든지, 유튜버 흉내를 내며 아이스커피를 컵이 아닌 이 유리병에 만들어 먹고 기분을 낸다든지 (나만 그런 건 아니길 바란다). 


사실 현재는 화수분처럼 무한 증식하는 병들 때문에 보관할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요즘 나오는 유리병들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에 기부를 하거나 식료품점에 가서 동전 몇 개와 맞바꾸고 있다.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무제한 증식하고 있는 유리병들이 주위를 잘 살펴보면 넘쳐날 것이니 지금 당장 냉장고부터 열어보자.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쓸만한 유리병 몇 개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 유레카! 돈 굳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그 다섯 번째 기록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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