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처음 소프넛을 접한 나는 솔직히 말하면 좌절부터 했던 것 같다. 이 말린 열매껍질 같은 소프넛을 도대체 어떻게 세제로 사용한다는 걸까, 막막함에 유튜브를 뒤적거렸고 유튜브는 나에게 수많은 사용법을 보여줬다.
첫 번째는 냄비에 끓여 액상 세제를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소프넛 10-15개 정도를 물과 함께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인 후 식혀서 유리병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쉬울 줄 알았던 이 방법은 의외로 귀찮았다. 설거지를 하기 전 미리 만들어 놨어야 하는데 항상 그러지 못해서 시작부터 골치가 아팠고, 끓이는 것까지는 괜찮아도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또 지쳐 자꾸 까먹고 방치해두기 일쑤였다.
두 번째 방법은 병에 소프넛 열매과 물을 같이 넣고 마구 흔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거품과 함께 액상세제가 만들어지는데 그 세제를 가지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이 쉬운 방법도 나한테 맞지는 않았다. 일단 끓인 세제만큼 진하지 못한 이 멀건 액체는 세정력을 의심하게 했고, 설거지를 하는 내내 병에 담긴 세제의 거품이 사라질 때마다 마구 흔들어줘 다시 부활(?) 시켜주는 것도 귀찮았다. (거품이 생기지 않으면 그릇이 잘 닦이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이 아닐거라 믿는다.)
아, 이렇게 귀차니즘이 심한데 도대체 친환경적인 삶을 어떻게 산단 말인가! 유튜브에 나오는 제로웨이스트 유튜버들이 부지런해 보였던 것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글렀나보다, 라고 생각할 무렵 나의 유튜브 선생님께서는 마법의 알고리즘으로 나에게 '설거지 비누', '친환경액상세제' 등의 대체품들을 보여줬다. 심지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홈메이드 설거지 비누 레시피까지 친절히 내 눈앞에 대령해주시니, 여기서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설거지비누를 써보니 일단 준비과정이 없고 거품도 소프넛보다 잘나서 훨씬 만족스러웠다. 현재는 버려진 비누, 세제, 샴푸 등을 재활용하는 단체인 The Soap Exchange 에서 구매한 리필가능 친환경액상세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 설거지 비누와 이 액상세제를 번갈아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여러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어 다음엔 커피찌꺼기로 만든 설거지 비누도 직접 만들어 사용해보기로 했다.
일반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길은 딱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앞서 말한 주방세제를 대체하는 소프넛, 설거지비누, 친환경액상세제 외에도 빨래세제를 대체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주방세제로 탈락했던 소프넛은 면보자기에 넣어 빨랫감 사이에 던져놓으며 빨래세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며, 가끔 빨랫감이 너무 많을 때는 미리 계량된 친환경 laundry soda nuggets을 1-2개 집어 넣어 세정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한 두 번의 시도 후,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포기하기보단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기를 강력히 권장한다. 세상만사 모든 게 귀찮은 나한테도 맞는 방법이 있으니 여러분한테도 분명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보다 먼저 이 지속가능한 삶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수많은 방법들을 연구하고 실험해봄으로써 많은 선택지를 이미 만들어줬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선택지들을 직접 선택해 체험해보자. 내 생활에 딱 맞는 맞춤형 선택지들을 고루 조합해 나만의 친환경 삶의 루틴을 완성시켜 보길!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그 네 번째 기록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