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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이 Aug 14. 2021

2. 거창한 시작보단 소소한 한 발자국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2. 거창한 시작보단 소소한 한 발자국


'자, 이제 난 지속가능한 삶,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보겠어!' 라고 다짐했다면 일단 그 어깨에 잔뜩 들어가는 힘을 훅 빼보자. 시작이 거창할 수록 부담이 커지고,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오는 실망감이 결국 나를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 확률이 높다. 


우리가 '제로웨이스트 삶'을 가장 많이 접하고 모티브를 얻는 매개체는 역시 유튜브일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친환경적 삶을 살아가는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있다. Hamimommy하미마미, I'm an ordinary mother, Jin 보통엄마, 진, 슬로우데이slowday 등등. 이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자연스레 밀려 들어온다. 베이직하고 깔끔한 유리 혹은 나무 식기들, '자연' 테마의 브라운&화이트 인테리어들, 베이지색 커튼, 요리재료 혹은 찻잎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채 늘어진 메이슨 자 Mason Jars 등등, 저 집을 그대로 우리 집에 갖다 ctrl C, ctrl V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제 모티브를 얻었으니 난 어서 저런 집에서 보기좋은 친환경적 삶을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 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장 쉬운 쇼핑부터 해볼까? 나무식기, 베이지 린넨 커튼, 메이슨 자 등등 유튜브에서 보았던 아이템들은 하나 둘씩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둘러보다 뭔가 좋아보이는 친환경 아이템들도 하나 둘 추가하고, 그렇게 결제를 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확인하면 생각보다 많이 나온 금액 합계에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여기서 포기를 하는 사람이 반 생길 것이다.


나머지 반, 결제 버튼을 누른 사람들에게 가보자. 그래, 이 정도 돈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어. 결제버튼을 누르고 며칠이 지나 모든 물건들이 배송이 왔다. 여기저기 집안 곳곳에 택배상자가 쌓이고, 기분 좋은 마음에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에서 나온 깔끔한 모노톤의 식기들이 또 한번 앞으로 살아갈 환경적 삶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새로 온 식기들을 한 번 세척을 한 뒤, 주방 식기 장에 넣으려 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식기들과 색감, 디자인 모든게 맞지 않는다. 이쁘지 않다. 그래, 원래 식기들을 버리자. 그런데 어떻게 버리지? 일단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자. 주방 밑 수납장 깊숙한 곳에 원래 가지고 있던 미운 식기들을 모조리 집어 넣는다. 오, 나쁘지 않군. 


다음 상자를 열어보면 메이슨 자들이 나온다. 갖고 있는 조미료나 가루들을 넣으려면 일단 한 번 유리병을 소독해야 한다. 큰 냄비를 꺼내 물을 담고 유리병들을 뚜껑을 열어 뒤집어 놓는다. 다 들어가지가 않아 일단 몇 개만 소독을 해본다. 열심히 소독을 하고 나면 이게 뭐라고 지친다. 일단 속을 말려야 하니 메이슨 자들을 늘여놓고 잠시 쉬어본다. 그렇게 늘여진 메이슨 자들은 어느새 잊혀진다. 



결국 늘어나는 용품들과 버리지 못하는 전에 쓰던 용품들이 모여 집안을 꽉 채우고, 내가 원하던 라이프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실망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초반에 했던 내 다짐은 흐지부지가 되어버린다. 돈만 잔뜩 쓰고, 아무런 결실 없이 후회만 남는 시작,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뭐 이렇게 실패썰이 자세하냐고 묻는다면, 경험담이랄까?



그럼 시작은 어떻게 하는 건데?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그 두 번째 기록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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