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고 꾸준히 지키지 못할 시작을 막기 위해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이다. 나는 소모품부터 차근차근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서 질문, 왜 수많은 물건들 중 굳이 특정지어 '소모품'일까?
그릇이나 주방용기 등, 소모품이 아닌 것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바꾸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직 멀쩡히 쓸만한 것들을 버리거나 혹은 안보이는 곳에 보관해놓고 새 물건들을 사는 것이 과연 환경을 위한 일일까? 우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경주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앞선 의욕으로 좁혀진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자.
나의 첫 시작은 설거지용품이었다. 마침 주방세제가 똑 떨어지고, 수세미도 해질대로 해져서 바꿔야 하는 시기였다. 이 기회에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해보자 싶었고, 유튜브에서 봤던 천연수세미와 소프넛(soapnuts)열매가 떠올랐다. 하지만 한 번도 구매해보지 않았던 용품들이라 어디서 사야할 지 처음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한국이었다면 인터넷 검색 한 번,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빠른 배송을 시켰을테지만, 현재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배송도 빠르지 않은데다가 겨우 천연수세미와 소프넛 때문에 이 넓은 땅을 횡단하는 택배를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택배나 음식배달 같은 서비스들도 후에 따로 다뤄볼 생각이다).
일반 식료품점에서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나는 유일하게 알고 있는 다운타운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용품점, Zero Waste Emporium 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오고가며 항상 지나쳤던 곳이기에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간 용품점에서 수세미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소프넛은 왜인지 보이지 않았다. 혼자 열심히 고군분투하다 결국 포기를 하고 쭈뼛대며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이 상점엔 없고 몇 블록을 가면 West Coast Refill 이라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있는데 그 곳에는 소프넛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운 좋게 알게 된 다른 친환경용품점에 들러 소프넛도 구매를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첫 친환경용품 쇼핑을 마쳤다. (*다 같은 친환경용품점 같지만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물건들의 카테고리는 용품점마다 다 다르다)
이렇게 어떤 소모품이든 한 번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친환경용품점'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한 번 발을 들여봤으니 두 번째, 세 번째는 쉽다는 것이다. 똑 떨어지는 소모품이 생길 때마다 이 소모품은 어떻게 친환경적 제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ㅡ 이번엔 샴푸가 떨어졌네? 샴푸도 친환경적 제품이 있을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에 방문했던 친환경용품점을 떠올릴 것이다 ㅡ 저번에 갔던 용품점에 샴푸 바(Shampoo bars)를 팔았었던 것 같은데, 한 번 가볼까?
이것이 첫 시작은 소모품부터를 추천하는 이유이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해선 첫 스타트가 무척 중요하다. 소모품으로 시작된 첫 발걸음은 계속해서 친환경적용품점의 세계로 날 이끌 것이고, 후엔 자연스럽게 소모품을 넘어 더 큰 제로웨이스트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벽한 지속가능한 삶의 기록.
그 세 번째 기록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