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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Sep 05. 2019

블라디보스톡-7. 루스키섬 트레킹 (북한섬)

블라디보스톡 3일 차 오전

루스키섬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 있는 섬으로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반나절 정도 트레킹 다녀오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자연경관이 좋아 많이들 다녀온다. 근데 대중교통편이 만만치 않아 어떻게 할지 여행 출발 얼마 전까지도 고민을 했다. 사실 걷기 좋아하는 우리 부부만 있다면 아무 고민 안 할 텐데, 아이들과 함께라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그래도 가자! 택시를 이용하여 최대한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들어간 후 걷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루스키섬, 산책로에 설치된 안내판

아이와 함께 여행 떠나며 같은 고민 하는 분들을 위해 우선 주요 정보를 요약하자면, 

- 멋진 자연 속에 왕복 2-3시간 정도 걸을 생각 있으면 다녀오세요. 물론 일부만 걷다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끝까지 가야 일명 '북한섬', 토비지나 곶을 보고 올 수 있어요.

- 높은 산이 있는 건 아니라 길 자체가 험하지는 않아요. 그냥 오르막내리막 있는 비포장 산책길.

- 택시 타고 캠핑장까지는 들어가세요. 차로 가기에 길이 다소 좁긴 하나 못 갈 길은 아닙니다. (구글 지도: https://goo.gl/maps/EZQJPU7J9zYLLJwp9) 물론 렌트하시는 분들도 여기까지 들어와 주차 가능. 다만 아이와 함께라면 버스로 올 생각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버스는 큰길에서 세워주는데 캠핑장까지 다시 1시간쯤 걸어 들어와야 함)

- 캠핑장에서 토비지나 곶까지 넉넉잡고 편도 1시간 반, 왕복 3시간 코스의 중간에 아무런 가게나 편의시설이 없고 위에 말한 캠핑장에만 가게가 있어요. (건강한 성인끼리라면 왕복 2시간)

- 시내로 되돌아 갈 때는 외진 곳이라 택시가(막심이나 얀덱스도 당연히) 안 잡힐 수 있으니 되도록 아침 일찍 오세요. 그러면 우리가 트레킹 마치고 돌아갈 때쯤 다른 사람들이 택시 타고 들어오니까 그 택시 잡아타고 가기 편해요. 


루스키섬으로 떠나기 전 아침식사

전날 숙소 근처 슈퍼에 갔더니 20루블(380원)에 바게트 반토막만한 식사용 빵을 파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대여섯 배는 줘야 살 수 있을 가격! 맛은 파리바게뜨보다 훨씬 맛있다, 역시 빵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이라 빵이 푸짐하고 저렴하다. 치즈와 유제품도 한국 대비 엄청나게 싸길래 사다가 아침에 빵을 갈라 치즈를 넣어 같이 먹고 출발했다.


루스키섬을 향해 달려가는 차

루스키 대교를 건너 루스키 섬을 향해 달려가던 길, 막심 택시 안에서. 자, 이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자! 


.... 나는 조수석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좌측이고, 운전석은 우측에 있다. 그런데 길은 우측통행?


러시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들이 우측통행을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니 운전석은 우리와 반대로 우측에 있는 차가 많다, 특히 택시로 쓰는 소형차들은 대부분. 처음에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타니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ㅋㅋ 조수석에 앉았는데 운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들고 막 ㅋㅋㅋ 러시아 다른 지역 상황은 모르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일본이 지척이니 일본에서 쓰던 중고차를 그대로 배에 싣고 수입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 승용차 브랜드가 다들 일제. 아무리 일본차라도 신차를 팔 때는 그 나라 도로에 맞추어 운전석을 바꿔 팔 텐데, 중고차니 그냥 일본에서 쓰던 우핸들 차량인 것이다. 근데 버스, 트럭 같은 큰 차는 현대 기아 등 한국 차량이 많았다. 얘네는 당연 좌측에 운전석.

극동연방대학

루스키섬에 상륙하면 곧 극동연방대학을 발견하게 된다. 한적한 곳에 멋진 대학 캠퍼스 구경할 수 있고 주변 경관도 좋아 여행코스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구내식당이 저렴하고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패스.


시내를 벗어나 뻥 뚫린 교외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가니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거리는 제법 되는지라 택시비가 많이 나온다. 우리는 막심 앱을 이용했는데 4백 몇십 루블이 나왔다. 마지막 구비구비 비포장 구간까지 무사히 달려주신 기사님께 감사의 의미로 500루블 한 장을 드렸다. (한국 돈으로는 만원이 안된다. 다시 한번 러시아 물가 사랑합니다! ㅎㅎㅎ)

트레킹 시작 점. 우리가 타고 온 막심 차가 보인다.

그렇게 향한 목적지 이름은 : 카르핀스키만

(알파벳 Bukhta Karpinskogo / 키릴문자 Бухта Карпинского)

도착하면 해변에 주차장이 있고 매점이 하나 있다.

https://goo.gl/maps/EZQJPU7J9zYLLJwp9


도착하자마자 일단 걷기 시작.

걷기를 시작한다

루스키섬은 오랫동안 군사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던 곳인데 그래서 그런지 자연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는 부산의 이기대, 군사지역이다가 출입이 허용된 곳인데 정말 멋졌다.) 게다가 APEC 정상회담이 2012년 열리며 더 알려지게 된 곳.


이 산책로의 끝은 토비지나 곶. 알파벳 Mys Tobizina, 키릴문자 Мыс Тобизина.


토비지나 곶 끝에 작은 섬이 있는데 내려다보면 마치 북한 땅 같이 보인다 해서 한국인 여행자 사이에서는 북한섬이라 불린다.

토비지나 곧 끝에 달린 섬, 일명 북한섬

그렇다, 북한 지도처럼 생긴 섬이 달려있다.

북한섬 건너가는 길

아쉽게도 3학년 둘째 딸은 중도포기했다. 원래 걷기를 안 즐기는 아이라, 아내가 둘째와 함께 매점으로 돌아간다. 나는 6학년 첫째 딸과 함께 토비지나 곶 앞까지 왔다. 저기 보이는 북한 섬까지 건너갈 것인가? 기다리는 둘째와 아내를 생각해, 북한섬 입구까지만 갔다가 돌아가기로 한다. 

북한섬 입구.. 바다가 코앞이다.

하늘도 바다도 푸르렀던 루스키섬. 바다 가까이 내려가보니 현지인들이 맑은 물 위에 작은 배를 띄우고 놀고 있었다. 신기하다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적하던 이 곳까지 점점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더라. 산책로가 한국인으로 가득해져서 여기가 루스키섬인지 거제도인지 헷갈릴 무렵^^ 우리는 섬을 빠져나왔다.


https://goo.gl/maps/hGPXBF5JxpHK9L8v5

돌아가는 길에, 아찔한 절벽

루스키섬의 멋진 절벽.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아찔한 절벽에 아무 안전장치가 없다. (절벽 위쪽의 사람 크기를 보시라) 자연 그대로 모습에 더 가까운 건 장점. 자칫 실수하면 바로 황천 길인 건 좀 무섭지만, 굳이 산책로를 벗어나 절벽 가까이 가지 않는 한 크게 위험하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되니까. 

캠핑장에 있던 매점. 간식과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사 먹을 수 있었다.

7월 말 성수기 (한국인의 휴가 피크!!)였지만 이른 시간에 가니까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또한, 다소 교통편이 불편한 이곳에 일찍 다녀오면, 우리보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타고 오는 택시를 타고 귀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내에서 택시 잡아 여기 오기는 쉬워도, 여기서 택시를 잡아서 시내 가는 건 어렵기에, 아이를 동반한 분이라면 가급적 일찍 왔다 가시기를 권한다. (만약 택시를 못 잡으면 한 시간 가까이 걸어 나가 버스를 타야 한다.)


날씨 앱이 보여주는 루스키섬의 날씨


블라디보스톡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었는데, 교외인 루스키섬은 훨씬 선선한 날씨라 좋았다. (그래도 걷다 보니 땀은 많이 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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