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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Sep 03. 2019

블라디보스톡-6. 독수리전망대, 마린스키극장 발레 공연

블라디보스톡 2일차 오후 이야기

1. 푸니쿨료르를 타고 독수리 전망대로


블라디보스톡 시내 여행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 하면, 시원한 도시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독수리전망대가 아닐까? 원래 전망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꼭 이곳에 가고 싶었다. 독수리전망대에 가려면 버스, 택시 등을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분이라면, 특히 우리처럼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라면, 푸니쿨료르를 타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푸니쿨료르, 하단 역에서

푸니쿨료르라는 이 교통수단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그렇다. 프랑스 파리 여행 중,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가는데 쓰이는 그 교통수단의 이름이 푸니쿨라였다. 러시아어로는 이를 푸니쿨료르라 부르나 보다. 파리의 푸니쿨라 뿐 아니라 홍콩 여행 중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피크트램과도 닮았다. 심지어 평창여행 때 보았던 스키점프센터 모노레일과도 흡사하다 ㅋㅋ  다만 앞의 두 도시와 달리 이곳의 푸니쿨료느는 다소 낡은 느낌. 다만 실제 운행 중 불편한 점은 없었다.


푸니쿨료르 내부에서, 탑승권

푸니쿨료르 탑승권. 가격은 14루블, 뭐야, 300원도 안 하네? ^^ 가격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버스와 택시를 타고 독수리전망대 아래까지 갈 수 있기에, 독수리 전망대를 가기 위해 이 푸니쿨료르를 꼭 탑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 교통수단과 다른, 언덕에 매달린 이 철도를 타보는 재미를 위해, 우리는 일부러 푸니쿨료르 하단 승강장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걸을 수 있는 거리인데 (개선문에서 700m, 도보 10분 남짓?) 한여름 폭염 속에 이미 많이 걸은 터라 아이들이 지쳐해서 가뿐히 택시를, 정확히는 러시아의 우버 격인 맥심/Maxim을 이용해 주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는 아이 컨디션 체크는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휴식과 보상(?)으로 아이의 컨디션을 유지해주어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말하자면 승강장까지 택시를 탄 것은 휴식이고, 푸니쿨료르를 탄 것은 보상이기도 한 셈 ㅋㅋㅋ

https://goo.gl/maps/sB6KUsbUeHX5LHua7


푸니쿨료르 상단 역에 도착해서

푸니쿨료르 탑승시간은 매우 짧다. 1~2분 정도? 너무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기념 삼아 타봤다고 생각하자, 가격 부담도 없지 않은가?

푸니쿨료르 상단 역사


2. 독수리전망대의 멋진 경치와 키릴 형제상


푸니쿨료르 상단 역사를 빠져나오면 이미 고도가 웬만큼 되어 멋진 시내 전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독수리전망대는 여기서 다시 도보로 200m 정도 더 올라간다. 시간상으로는 5분 정도만 가면 되지만, 제법 오르막이라 7월 말의 땡볕 속에 아이들이 조금 짜증을 냈다. 우리가 갔을 때처럼 날씨만 가혹하지 않다면 크게 부담되는 길은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가실 분들은 동행인의 체력을 잘 고려하시길 바란다.

땡볕이 쏟아지던 폭염 속 독수리전망대


https://goo.gl/maps/GeNjbGnxT1nk7LC16

말이 필요 없다, 전망을 보시라.

독수리전망대에서 본 블라디보스톡
독수리전망대에서 본 블라디보스톡
독수리전망대에서 본 블라디보스톡

금각만을 가로지르는 졸로토이 다리의 우아한 모습, 좌우의 금각만, 그리고 옆쪽의 산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면 이곳 전망대 한쪽에서 마치 절벽 끝에 앉은 듯 아찔해 보이는 인증샷을 많이 찍던데, 우리는 굳이 시도하지 않았다. 아무리 진짜 높은 낭떠러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들과 위험을 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 성인끼리 오신 분들이라면 해봄직 할 것 같긴 하다.


키릴 형제상. 사랑의 자물쇠는 남산 서울타워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ㅋㅋ

독수리전망대 바로 위쪽에는 두 사람의 동상이 있다.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다 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면 바로 앞에 보인다. 그리스도교에서 성인으로 받드는 키릴로스와 성 메토디우스 형제라는데, 이들이 바로 키릴 문자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비슷한 느낌?


근데 처음 러시아에 온 여행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이 분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아니 왜 그 동네에서 다들 쓰는 로마자 알파벳 그냥 안 쓰시고 새로 만드셔서 여행 온 우리가 까막눈이 되게 만드시나 ㅋㅋㅋㅋㅋ 블라디보스톡 곳곳의 간판에는 우리 아는 알파벳(로마자) 표기 없이 키릴 문자만 써놓은 곳이 많아서 말 그대로 까막눈이 되는 경우가 많고 답답했다. 로마자 알파벳 쓰는 나라 가면, 영어권이 아니더라도, 대충 스펠이라도 기억하고 발음이라도 유추할 수 있는데 그게 안되니 말이다. 물론 이건 그냥 여행자로서 농담 삼아 투덜대는 거고,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러시아인들의 러시아어를 위한 문자를 만든 것이 잘못은 아니다! 입장 바꿔서 한국에 온 외국인 여행자가 너네는 왜 한자를 안 쓰고 한글을 쓰냐 묻는다 생각하면 간단하다.



3. 몰로코&메드

분위기 좋고 그만큼 가격대도 있는 식당

약간 늦은 점심을 먹었다. 독수리전망대에서 가까우면서 방문 후기가 좋은 식당을 찾아두었으니 위 사진의 몰로코&메드 (Moloko&Med). 키릴 문자도 아니고 친절하게 우리 아는 알파벳으로 MOLOKO라 써두었는데도, 한국인들의 후기에는 대개 모로코&메드라 되어있다 ㅠㅠ 나라 이름인 모로코 (Morocco)가 워낙 귀에 익으니 그렇겠지. 아무튼 나는 이 여행기 내내 꿋꿋이 몰로코라 쓸 예정이다! (고집)


독수리전망대에서 부지런히 걸으면 10분 정도에 올 수 있는 거리. 날씨 좋을 때 가시는 분들은 그렇게 해보셔도 좋겠으나, 여러 번 강조하듯 2018년 여름 한국에 폭염이 왔듯 이곳 얼음의 땅(?) 러시아에도 30도를 넘는 이상 고온이 온 와중, 아이들과 이미 많이 걸었기에 맥심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150루블, 한국 돈으로 3천원이 안 되니 크게 부담은 없다. (러시아 물가 사랑해요!)

점심 식사시간이 약간 지난듯한 시간임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정말 인기 있는 식당이다. 간혹 평가 중에 불친절했다, 불러도 안 온다, 음식 시켜도 오래 걸린다 등등의 악평이 있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은 게, 식당이 인기가 있어 손님이 너무 많은 반면 서빙하는 사람은 부족하다. 한국에서 하듯 큰 소리로 부르면 달려오고, 음식은 제깍제깍 나오고, 뭐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면 당연히 실망할 것이다. 우리는 급할 것 없다는 심정으로 느긋하게 쉬며 기다리며 먹었더니 딱히 기분 나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분위기 멋지고 음식이 맛 좋았으니 매우 만족한다. 블라디보스톡 치고는 가격대가 좀 있기는 한데(4명이서 2700루블, 약 5만원), 한국에서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음식 먹었으면 훨씬 더 나왔을 테니 역시 만족한다.

https://goo.gl/maps/Cv7jpVAmV5V3yHt77




4. 리퍼블릭

저렴한 가성비 식당

점심을 늦은 시간에 푸짐하게 먹고 다시 막심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나선다. 아니 점심도 늦게 먹고 왜 저녁은 일찍 먹냐고? 바로 7시에 시작하는 발레 공연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 (발레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하기로 하자)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된지라 저녁은 숙소 근처 저렴한 식당에서 간단히 먹기로 한다. 구글과 네이버를 통해 찾은 식당은 리퍼블릭 Republic.

리퍼블릭 입구

아르바트 거리 1층에 입구가 있는데, 들어가면 바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간다. 사진은 없지만 이곳은 식판 들고 직접 음식 골라 담아 계산하는 카페테리아 형태. 음식을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취향껏 만두 몇 개와 케밥, 그리고 음료를 골라서 먹었다. 그렇게 4식구가 먹은 가격은 670루블 (약 만2천원) 이만하면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여행자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은 느낌이었고 영어가 잘 안 통했지만, 어차피 눈으로 보고 고르는 거라 크게 어려움은 없다.


https://goo.gl/maps/S58RXHe8bHRWs4P96 

러시아의 만두


5. 마린스키 극장

러시아 발레 공연이라니!!

한국에서 2시간 거리의 유럽, 아니 러시아. 이곳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발레 공연!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바로 옆에 있으나 문화적으로는 엄연히 러시아, 그 유명한 러시아의 발레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외한인 나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딸들은 어려서 발레도 배워본지라 (물론 미취학 아동 시절이라 어려운걸 배운건 아니고... 딸 둘 다 트윙클 발레 동창이다 ㅋㅋㅋ) 나보다도 더 발레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리라 싶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 (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은 이곳에서 대륙을 가로질러 러시아 내 정반대 쪽 끝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지만, 다행히 이곳 블라디보스톡에도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분관이 있다. 공연은 사전에 마린스키 극장 웹사이트 통해 인터넷으로 예매 가능하다. (영어 지원!)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분관

역사와 전통의 오래된 극장을 상상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현대식 말끔한 건물이었다. 이곳에 연해주관을 세운지는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다.


마린스키 극장 앞 뷰

극장 앞에서 독수리 전망대 쪽으로 멋진 뷰가 펼쳐져, 사진 찍기도 좋았다. 여유 있게 미리 도착해서 사진 찍으며 놀다가 들어갔다.

국제 극동 페스티벌 진행 중인 마린스키 극장

한글을 포함해 여러 개 언어로 페스티벌을 알리고 있었다.


신데렐라 공연

페스티벌에 포함된 공연은 전통 발레 공연이 아니라 현대 발레 공연이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신데렐라"를 공연하고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던 중에는 유명한 전통 발레 공연을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래 봐야 우리가 가는 시기에는 전통발레 관람이 불가하지만), 막상 멋진 무대를 보고 나니 전혀 후회는 없었다.


우리가 공연을 볼 수 있는 3일간의 일정 동안, 매일매일 발레 무용수들이 달랐다. 나는 마린스키 웹사이트에서 신데렐라 출연진 페이지를 열어 3일간의 왕자님 역 발레리노 얼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어떤 왕자님 공연 보고 싶어?" ㅋㅋㅋㅋ 두 아이는 모두 블라디미르란 이름의 발레리노를 골랐다. 그래 그 날로 예약할게! 흥미로웠던 것은 세 명의 발레리노 중 한 명은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름도 김기민? 나중에 알고 보니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한국인 발레리노란다. 당시 나는 그 이름을 못 들어봐서.. 미안해요 김기민 씨! 다음에 우리가 러시아 갈 때 공연하고 계시면 꼭 찾아갈게요^^


극장 내부도 말끔하다


발레 공연의 드레스 코드 : 한여름에는요?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조사해보니, 러시아에서 발레 공연은 품격 있는 자리라서 드레스코드가 엄격하다. 남자들은 보통 양복 정장을 하고,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는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입지 않는다고 입장이 제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관광객이라도 어느 정도의 포멀한 복장은 필요하다.


다만 한여름 더운 시기에는 그 기준이 약간은 느슨해진다고 하는데, 준비 과정에서 나는 도무지 그 기준이 얼마나 느슨해지는지 알 수 없어 고민스러웠다. 특히 여성용 드레스는 민소매도 흔한 것과 달리 포멀한 남성복은 기본적으로 긴팔 셔츠에다 재킷까지 겹겹이 껴입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내내 반바지로 다니다 여기 온다고 긴 면바지에 긴 팔 셔츠를 준비해 땀 흘리며 왔다. (30도 더위에 재킷까지 걸치진 않았고, 가방 안에 챙겨가긴 했다 ㅠㅠ) 현장에 도착했더니 오잉, 현지인 같은데 반바지 입고 온 남자도 몇 명은 봤고 보통 긴바지에 반팔 티셔츠 입고도 많이 오네. 이들도 더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나 정도면 평균 이상으로 포멀한 차림이었던 셈.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 입은 현지인들도 많았고, 대개 화려하진 않더라도 원피스 차림이었다.


마린스키 극장
극장 좋은 좌석 고르기: 가격이 힌트다

예매할 때 극장 내 자리를 잘 골라 예매를 해야 한다. 전통적인 극장의 구조와 좌석 명칭을 공부하면 더 도움이 되긴 하는데, 초보에게는 좀 복잡하므로 그냥 가격으로 접근해도 편리하다. 비싸면 좋은 좌석, 싸면 나쁜 좌석. 예매 사이트에 보면 좌석별로 가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감당 가능한 지출 범위를 먼저 설정하고, 그 지출에 맞는 좌석 중 그 보다 상위 좌석에 가장 가까운 자리를 고르면 되는 거다. (물론 상위 좌석에 가까울수록 더 일찍 매진된다!)


가장 싼 자리는 1200루블부터 시작해서 최대 6000루블까지. 가장 비싼 자리도 한국 돈으로 11만원이 안 되니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멋진 러시아 발레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는 고민 끝에 2400루블 (약 4만3천원)자리 좌석으로 네 자리 예매를 했다. 한국에서 공연 보던 거 대비 체감으로 훨씬 싸게 훨씬 좋은 자리에서 본 느낌이다.


예매 중에는 혹시 아동 할인은 없나 봤는데, 없다. 짤 없이 성인과 동일한 가격을 내야 한다. 예매 사이트에 특별 할인 가격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건 그냥 현지인 가격이다. 외국인은 그냥 정가를 다 내고 (애든 어른이든),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은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

 

신데렐라 공연이 끝나고

공연 중에는 당연히 사진 촬영이 안 된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출연진들이 인사를 하는 순서에야 비로소 사람들이 카메라를(혹은 폰을) 꺼낸다. 러시아에서 본 러시아 발레, 잊을 수 없는 문화적 경험이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가시는 분이라면 추천하고픈 경험이다.

마린스키 극장 앞마당 야경

관객 중 현지인이 더 많은데, 역시 한국 휴가 피크 철이라 한국인 지분도 30% 쯤 되더라 ㅋㅋ 갈 때는 더우니 맥심을 이용했지만,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 때는 시원한 저녁 바람 맞으며 버스 타러 나왔다. 정류장에 걸어왔더니 헉, 한국인이 90%. 정류장 사진 찍어서 한국 버스 정류장이라 뻥을 쳐도 믿을 정도 ㅋㅋㅋ 아마도 현지인들은 차를 가져온 사람이 많았겠지 싶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보는 야경도 멋졌는데, 특히 바다 건너 해양공원 쪽에서 불꽃놀이를 때 맞추어 해준 덕에 불꽃놀이 구경도 잘했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여러모로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https://goo.gl/maps/9eikDCwQFv7czikw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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