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2일 차 오전 여행기 (개선문, 솔제니친 상)
길 건너편에서만 바라봐야 했던 프레이 여사님
https://goo.gl/maps/PijegaKTvxAXYwcTA
엘리노어 프레이(Eleanor Prey), 미국인으로서 남편과 함께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삽십여년간 살며 20세기 초 이곳의 생활상을 미국에 편지로 보낸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전날 갔던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에도 엘리노어 프레이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큰길을 두고 굼 옛마당과 같은 쪽에 동상이 있는데 우리는 마침 길을 건너와 걷고 있었기에, 가까이에서 보려면 큰길을 다시 한번 건너야 했다. 원래 가까이에서 보고 가려했는데, 날은 덥고 귀찮아져서(아이들도 그냥 가자고 하더라) 멀리서 사진 한 장만 찍고 이동했다.
길을 걷다 보니 언덕 위에 건물이 많이 있다. 언덕 많은 바닷가 도시, 부산이 생각났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보스톡을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로 키우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 샌프란시스코도 언덕 많은 바닷가 도시이지.
여기도 개선문 맞아요
파리에서 개선문을 보고 그 정도 규모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개선문. 제정 러시아 시절 황태자였던 니콜라이 2세의 블라디보스톡 방문을 기념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실제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라는데 왜 개선문이냐...)
https://goo.gl/maps/ovD6B5NZiroek3cp7
사실 이 개선문만 보러 이 곳에 온건 아니다.
영원의 불꽃. 세계 제2차 대전 전사자를 추모하는 시설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추모에 꼭 규모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 사진에는 안 나와 있는데, 좌우측으로 1941, 1945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2차 대전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연도 표시이다.
실제 2차 대전에 바다에서 활약했던 잠수함을 건져다 여기에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름 볼만한 곳이라 들었으나, 우리는 시간 관계상 패스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생각보다 일정이 계속 늘어졌다.... 블라디보스톡에서 32도라니 너무 한 거 아니냐고요!)
https://goo.gl/maps/GPPr8yEy3tYV5XaU9
고국에 돌아와 내딛은 첫 발자국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오랜 추방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동상이다. 솔제니친은 이 땅이 러시아가 아니라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즉 소련이던 시절인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소련 정부의 마음에 안 드는 반체제 작품을 발표하며 미운털이 박히게 되는데, 정부는 노벨상까지 탄 작가를 아오지 탄광...아 이건 소련이 아니구나 ^^ 아무튼 잡아 가두는 대신, 국외로 추방을 시킨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세월을 돌아오지 못하다가, 소련이 붕괴된 뒤인 1994년, 오랜만에 그리운 고국에 도착하는 솔제니친. 미국에서 비행기 타고 모스크바로 직행하는 대신, 그는 일부러 태평양을 건너 이곳 블라디보스톡에 내린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며 고국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나.
이십 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반체제 작가로 낙인찍혀 망명 생활을 하다가, 노년이 되어서야 돌아온 작가. 그리운 고국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일부러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출발하는 블라디보스톡으로 입국하며 땅에 첫 발을 내딛는 그의 심정. 내가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 모습을 표현한 동상은 꼭 보고 싶어 이곳까지 왔다.
https://goo.gl/maps/SmYVv8dx7PaYApwW9
다행히 아이들도 더운 날씨 속에서도 아빠의 뜻에 따라 이곳까지 잘 걸어와 주어 기뻤다. (물론 더위속에 걷느라 시간도 걸리고 지쳐서 엘리노어 프레이 상과 잠수함 박물관을 스킵했지만..... 이래서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땐 계획대로 모두 하려는 욕심은 버리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