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를 설명합니다 (3)
앞선 글에서 항체의 구조와 항원과의 관계, 항체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요약하자면, "항체는 우리의 면역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우리 몸이 다양한 질병과 감염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입니다.
이제 그 중요성을 백신 예방 접종의 관점에서 의학 스캔들을 통해서 좀 더 깊게 확인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백신 예방접종은 항체가 감염에 대처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백신은 면역 시스템이 특정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도록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백신은 병원체의 약화된 형태나 병원체가 가진 단백질 조각(항원으로 작동할 수 있게)을 우리의 몸에 주입함으로써 면역 시스템의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러한 외부 물질의 주입으로 인해 면역 시스템은 해당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 되며, 이는 우리 몸이 실제로 그 병원체에 노출될 경우 빠르고 효과적으로 반응하게 합니다.
B세포가 가진 메모리 기능이 이런 역할을 더 효과적으로 하게 만들어 주지요.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백신은 우리의 몸을 다양한 질병, 예를 들어 독감, 폴리오, 홍역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백신의 위험성과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 중 하나는, MMR 백신과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1998년도의 란셋 논문이지요.
란셋(The Lancet)은 의학 논문 중에 가장 권위가 있는 논문 중 하나로, 세계 5대 의학 논문 안에 들어가는 논문입니다. 참고로 5대 의학 논문이라 하면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The Lancet, Nature, Science, Cell 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 중 Nature, Cell, Science는 CNS 혹은 NSC라고 불리는 과학, 자연계 특히 바이오 최고 논문들이기도 합니다.
1998년도에 나온 이 논문은, 12명의 소아 환자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12명의 소아 환자들은 병원에 올 때, 소화기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로, 진료 당시 발달 지연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은 이러한 발달 지연이 MMR(Measles, Mumps, Rubella -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을 autistic enterocolitis (자폐성 장염)라고 부르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어떻게 저 논문이 란셋에 실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논문 자체는 연계성을 보여주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현상만을 보여주는 수준의 논문이였습니다.
예컨대, 이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아가 모두 백신 맞기 이전에는 정상이였는데, MMR 백신을 맞고 나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 불을 지피고 일반인들에게 파급력을 높았던 이유는, 이 논문 발표 이후, 저자가 언론에 아주 강하게 “MMR 백신을 맞지 말아라. 나는 안 하겠다” 라는 식의 주장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확신에 찬 이 의사의 주장을 더 부추기고, 어떻게 이런 일을 의사 집단이 모를 수가 있냐는 식으로 몰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불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논문 이후 많은 부모들이 백신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백신 접종을 거세게 반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영국은 홍역 발생 건수가 예전보다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고, 많은 어린아이들이 백신 접종을 하치 못한 이유로, 백신으로 극복되었다고 믿어졌던 홍역, 볼거리, 풍진 질환에 어이 없이 손도 쓰지 못하고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비극에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게 됩니다.
저 논문이 주장하는 바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후속으로 다양한 논문들이 다각도로 결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논문의 주장이 진짜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고군분투하였지만, 그 어떤 인과 관계나 연관 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핵심은 MMR 백신을 맞은 소아와 맞지 않은 소아에서 유의미하게 자폐증이 걸린 빈도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후속 논문 결과들과 이 논문의 다양한 오류들을 토대로, 2010년도에 란셋은 물의를 일으킨 1998년도 논문을 철회(retract)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1저자인 Wakefield는 아직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현재까지도 anti-vaccine activist의 선봉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백신 자체가 위험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예컨대, 코로나 백신의 경우에도, "면역 반응"의 관점에서 마치 감염에 준할 정도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즉, 대부분의 백신 위험은 항원에 대한 과도한 면역 반응의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창궐 시점에서 감염을 막아 집단 면역을 만들어서 얻는 "사회적 이득"이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면역 반응으로 인한 손해"보다 더 컸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급하지만 완벽히 증명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국민들을 대상으로 접종하게 된 것입니다.
즉, 백신은 부작용의 위험성보다는 안정성과 미래의 이득, 그리고 면역을 통해 집단이 가지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지요. 제일 좋은 것은 애시당초 감염에 걸리지 않는 것이지만, 감염에 걸린다면 백신을 맞은 상황이 안 맞는 상황보다 훨씬 더 낫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이들 백신이 특정 질병을 만들어 낸다거나, 또는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로 3개월, 6개월 뒤에 질환이 생겼다든지, 또는 백신이 사망이나 후유증을 가지고 온다는 주장은 이들의 상관 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연구는 좀 더 지속되어야만 많은 연관 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논문 이후로 정말 많은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어서 저 란셋 논문의 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백신과 자폐증의 관계 만큼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학, 특히 의학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맞다 아니다를 결정지어서는 안됩니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하나의 주장이 진짜 맞는지를 엄밀하게 조사하고, 이들의 연계성과 인과성을 증명된 상태에서라도 쉽게 결론을 내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MMR 백신과 자폐증 연관 스캔들은 잘못된 연구가 너무나도 큰 피해를 준 하나의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예방 접종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