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를 설명합니다 (4)
예방 접종 이야기를 해볼까요?
통상적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 맞는 대부분의 백신은 치명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서 맞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각 시기별로, B형 간염, 결핵 (BCG),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 Hib,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MMR, 수두, A형 간염, HPV,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예방 접종을 살펴보면, 한 번만 맞는 것이 있는가 하면 3번을 맞거나 4번을 맞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플루엔자의 경우에는 매년 접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왜 예방접종마다 맞는 횟수가 다를까?
그 이유는 각 예방 접종마다 방어하는 항체의 지속 기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이들 병원체를 적합하게 방어할 수 있는 항체의 농도가 대략 3-6개월 정도 후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효과적으로 이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예방접종을 3-4번 맞는 것은, 면역계의 메모리 기능을 좀 더 부스트 업시키고, 이를 통해 평생 동안 면역 반응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B형 간염 백신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통상적으로 생후 6개월까지 3번 정도 맞게 되는데, 성인이 되면 어떤 사람은 항체가 있을 수도, 어떤 사람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스터를 한 번 정도 더 맞게 되면 항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B형 간염을 방어할 수 있게 되어 병원체에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스터를 맞으면 엄청나게 항체가 올라가는데, 이렇게 되어도 역시 B형 감염을 방어할 수 있겠지요.
이들 백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살아있는, 그렇지만 약화된 백신(Live Attenuated Vaccines)입니다. 통상적으로 생백신이라고 하며, 이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약화된 형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병을 일으키는 능력은 잃었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면역 시스템이 그들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홍역, 볼거리, 풍진(MMR) 백신, 수두 백신, 그리고 B형 결핵 백신(BCG)이 이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로는 죽은 백신(Inactivated Vaccines)입니다. 사백신이라고 합니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여서 만듭니다. 죽은 바이러스나 세균은 그 자체로 병을 일으킬 수 없지만, 면역 시스템은 여전히 그들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리오 백신, 일부 인플루엔자 백신, 그리고 B형 간염 백신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아마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살아있는 백신은 아무리 약화시켰다고 해도,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생백신도 사백신처럼 죽이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백신을 만들게 되었을 때, 만약 우리 항체가 그 병원체를 잘 인지하는 구조체가 망가진다면, 이 망가진 구조체에 대항해서 생산한 항체는 "살아 있는 상태로 돌격해 오는 병원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게 됩니다.
즉,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원성"을 가져야만, 백신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지난 글, 항체는 어떻게 병원체를 인식할까 편을 읽어보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현재에도 생백신으로 접종하고 있다면, 이 부분에 있어서 효과적으로 사백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살아 있어야(생백신)만 항원성을 유지하고 인체 내에서 메모리 기능을 통해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 번째로는, 위 언급된 "항원성"을 이용하여, 서브유닛, 또는 접합 백신(Subunit, Recombinant, or Conjugate Vaccines)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들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일부분만을 사용합니다. 이 일부분은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나 세균을 인식하는 데 충분하며,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촉진합니다. 즉, 일부를 잘라서 썼음에도 불구하고 항원성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지요. 예를 들어, 수막구균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백일해 백신, 그리고 인간파필로마 바이러스(HPV) 백신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백신이 제일 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항체의 관점에서 일부 구조가 전체 병원체를 대신할 수 있을 테니깐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떤 집단에서 노란색 모자를 쓴 사람이 모두 남자이고 여자는 노란색이 아닌 파란색, 핑크색,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다면, 남자, 여자를 구분할 때 굳이 다른 특징을 확인할 필요 없이 노란색 모자를 쓴 사람만 구분하면 모든 남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즉, 노란색 모자가 남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일부 항원으로 특정 병원체를 구분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항체가 병원체를 공격해 낸다면 아주 효과적이겠지요.
하지만, 이 항원성을 가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 이긴 합니다.
네 번째로는 메신저 RNA(mRNA) 백신이 있습니다. 이 백신은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형태의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분을 포함하는 mRNA를 사용합니다. 이 mRNA는 우리의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기 때문에, 이 단백질이 마치 바이러스인 것처럼 활동하게 되면, 면역 시스템이 이를 학습해서 추후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COVID-19에 대한 Pfizer-BioNTech 백신과 Moderna 백신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기술을 통하여 Katalin Karikó 와 Drew Weissman은 2023년도 노벨생리의학상도 수상하게 되었지요. (추후 발행될 글에서 Central Dogma와 함께 단백질 디자인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들이 접근한 방법은 2005년도 Immunity에 나온 논문으로 알 수 있는데, 이들이 발견한 것은 mRNA를 변형하여 체내로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신체의 보호 면역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이 논문을 통해서 mRNA 기반 백신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특정 감염병을 공격하는 높은 수준의 항체를 포함하여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지요.
특히, 다른 백신과 달리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약독화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상업적으로 어려웠던 점은 mRNA의 불안정성입니다.
다른 생백신이나 사백신, 그리고 단백질 일부 백신들은 상대적으로 상온 보관에 있어서도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데 반해, mRNA는 보관도 어렵고, 생산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mRNA 백신을 훨씬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낮은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시대적 요구가 생겼지요. 그러면서 mRNA 백신이 전 세계로 상용화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각각의 백신 유형은 특정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방법에 따라 선택됩니다.
어떤 백신이 가장 적합한지는 해당 질병의 특성, 백신을 받는 사람의 건강 상태, 그리고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결정되고, 다양한 산업과 연계하면서 널리 퍼지기도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암백신을 알아보도록 하지요.
암 백신이라는 용어는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사용됩니다. 암을 예방하는 백신과 암을 치료하는 백신입니다.
암 예방 백신은 사실상 감염체에 대한 전략으로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촉진함으로써, 그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암을 예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암 백신이라기보다는,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이들 바이러스들이 환자에서 장기간 감염되면 암이 생기기 때문에, 암 백신이라고 불립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과 B형 간염 바이러스(HBV) 백신이 있습니다. HPV는 감염되고 나서 15-30년 정도가 지나면 자궁 경부암을 만들어 내고, HBV 역시 간염으로 시작하여 오랜 시간 동안 간경변과 간암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촉진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 연관된 암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암 치료 백신은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이미 암이 발병한 환자에서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로 Cancer vaccine이라고 불리고, immunotherapy (면역 치료)의 선봉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백신은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암항원)을 대상으로 하며, 이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을 촉진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합니다.
이 방법은 현재 여러 가지 암에 대한 치료 전략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립선 특이 항원(PSA)을 대상으로 하는 전립선암 백신, 흑색종에 대한 백신 등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mRNA 백신을 항암치료제와 함께 주입하는 전략으로 암의 재발을 막는 접근까지 도전하였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암 백신은 암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전략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암에서 발현되는 특정 물질, 또는 특정 암세포를 인지하는 항체를 많이 만들면, 그 항체가 암세포를 죽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암이 아닌 심장질환과 같은 여러 가지 다른 질환에서도 이들 질병 세포에 대한 백신으로 각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전략을 통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여전히 많은 도전을 직면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10년 정도가 지나 암과 항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충분히 높아지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체가 관여하는 다양한 면역 질환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