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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May 07.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83

하지 않는 것을 안하는 것.

### 명상과 달리기 Day 383

2021년 5월 7일 금요일

아침 달리기, 기차에서의 책읽기와 명상.


9살 어린이를 포함한 일행들과 함께 1박 2일간 #광주비엔날레 관람 여행을 떠나기 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 시작되기 전, 늦잠으로 인해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 주어진 아침. 그러나 최소한의 달리기를 시도한다. 


논리는 단순하다. 지금이 아니면 오늘 언제 달리기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 달리지 않고, 광주에 도착해 밤 달리기라도 한다면 운동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날씨는 곧 비가 쏟아지기라도 할 것 같지만 아직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사흘을 넘기고 있는 왼쪽 앞 허벅지의 통증은 어제보다는 덜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몸을 ‘풀어준다’는 느낌을 넘지 않도록 유의하며 아주 가볍게, 어쩌면 빠른 걸음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몸을 움직인다.


사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오늘 달리기는 좀 힘들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직후엔 ‘그래, 달려야 하는구나’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이제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을 안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종일 텍스트를 들여다보는 일로 시간을 보낸 어제의 여파인지, 오늘 달리기 중에는 어떤 인위적인 소리도 듣고싶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비가 내리기 전 공기가 움직이며 나무들과 부딪혀 내는 소리, 낮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할 뿐이다.


그리고 기차에서의 독서. 여행을 함께 할 어린이를 위해 준비한 [13층 나무책]을 펼쳐든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다시 보는 어린이책은 그야말로 흥미롭기만 하다.


책의 두 주인공, 앤디와 테리는 출판사에 넘길 원고 마감을 어기게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 45페이지에서

“‘해야 할 일’이 됐든, ‘안 해야 할 일’이 됐든 좀 기다려. 만일 이 책 원고를 제때 끝내지 못하면, 우린 원숭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중략)


“원숭이 집? 원숭이 집이라니, 안 돼! ‘다 돼도’ 원숭이 집만은 안 돼!”


테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무슨 말인지 모를 여러분을 위해 이야기하면, 원숭이 집은 테리와 내가 전에 일하던 곳이다. 최악의 직장이라 할 수 있다. 


- 41페이지에서

‘조금 늦었다’는 말은, 사실 ‘무척 많이 늦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척 많이 늦었다’는 말은, 정해진 일정보다 ‘무지무지무지 늦었다’는 말과 같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83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5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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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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