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질주, 그게 전략이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번쩍인 것 같았는데 까먹었다. 적었어야 하는데 싶으면서도 이렇게 금방 휘발되는 생각이 얼마나 좋았겠나 싶기도 하다.
연초에 공을 들여 세운 사업전략도 보통은 까먹고 산다. 단어 하나를 가지고 이리저리 수정하고 목표금액을 뒷받침할 근거를 만드느라 씨름하는 것도 몇 날에 지나지 않는다. 일 년 내내 잊고 지내다가 연말에 다시 꺼내보는 사업전략이, 우리가 실제 하는 일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까?
전략을 모두 써먹지 못해도 괜찮다. 해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으면 검열이 발생한다. 모든 걸 적용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나 싶다. 좋은 계획은 다시 시도하기 마련이고 필요한 것은 언제고 해내게 되어 있다. 전략은 그때에 노려봄직한 최적의 방법이었을 뿐이다. 적기를 놓친 걸 수도 있지만 전략이란 건 글로 적은 순간부터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도전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럼 전략이란 무엇일까?
마이클 포터는 전략을 “독특하고 가치 있는 포지션을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누군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행동이라고 말했다. 전략이란 다소 이상적인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해 보려고 세우는 계획 같다.
사업 전략을 세우다 보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목표와 단계별 추진 계획을 한눈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장기적인 인생의 계획을 가지고 살면 편할 수도 있다. 태어남과 동시에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입학과 같이 딱딱 떨어지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라는 건 고정적인 게 아니다. 오랫동안 고민해서 예술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때그때 그려보는 스케치정도면 족하다. 가볍게 고민하더라도 연중 내내 우리의 전략을 수시로 생각하자는 뜻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 짐에 따라 무엇보다 나의 상태를 반영해서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 인생도 일도 어디 원래 계획대로 되던가,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될까?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재가 있나? 데이터를 알면서 사업에도 능한 인재라는 게 있을 수 있나?
소량의 제품을 고가에 파는 사업을 꿈꾼다. 돈만 있으면 사고 싶어 안달 나는 데이터 장사를 해보고 싶다.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영역의 신규 고객도 확보하고 싶다. 새로운 데이터 니즈를 들어보고 같이 고민하면서 우리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 사업이 재밌는 건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생애주기 같은 것이 있다면 단계별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싶다.
데이터 사업은 속도전이다. 정확함과 속도, 모두가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속도에 있다. 장기간 고민한다는 건,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한다는 건, 데이터 사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원대한 전략까지는 없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면 되지 않을까?
시장 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나의 위치를 설정하는 과정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한정적이고 목표가 명확할 때 적합한 전략은 전력을 다해 달리는 것이다.
“쟤는 왜 저래, 아무 생각도 없이 뛰는 것 같아”
기존에 전략을 세우던 사람들은 말한다.
“뭐 어때? 그래도 난 뛰고 있잖아. “ 우리는 말한다.
계속 달릴 수는 없다. 숨이 찰 때는 멈춰 서서 물도 마시고 뒤도 돌아본다. 그리고 내가 달려야 할 길과 남은 거리를 생각한다. 숨이 다시 차분해지고 뛸 수 있을 때 다시 달린다. 달리기도 전에 오랜 시간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오래 하면, 하고 또 하면 전략적으로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달리기를 포기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