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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 신규 BM

동의 받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AI 기세를 잡는다

by 브라키오사우루스

오래된 이성친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새로운 이성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끊이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해내고, 가끔은 탁월하게 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스탭부서에서는 어느 정도 먹힐 것 같은 이러한 효율화 전략이 사업에서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만 지금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면 성장할 수 있다. 기존과 동일하게 일한다면 뒤로 밀려나는 것 말고는 다른 미래를 그려보기 어렵다.


스타벅스에서 계절별 신메뉴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트렌드 조사하는데 돈을 쓰고 신제품 연구에 돈을 써도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만큼 잘 나가는 메뉴가 되기 힘들 텐데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바나나우유 같이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조차도 가만있지 않는다. 무가당이나 멜론맛우유 등으로 모양을 바꿔 나오는 이유가 뭘까?

신제품이 나오면 브랜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멈춰있지 않고, 과거의 명성으로 먹고사는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라는 느낌.

신제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 형만 한 아우가 없네, 역시 오리지널만 못하네 ‘ 같은 평을 들으면서 기존 상품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데이터로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첫째는 데이터 항목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 둘째는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하는 것이다. 둘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고 따로 움직이기도 한다.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이터 유형을 다양화할 수 있다. 데이터만 공급했다면 인사이트 보고서를 공급하는 것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신용평가를 하는 것으로, 예측을 하는 것으로… 그 후에는 다른 기업과 힘을 합쳐 제공하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융합해서 공급하거나, 상대의 플랫폼에 데이터를 얹어서 제3의 기업에 공급하거나 하는 것들이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제휴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같이 하는 것은 훨씬 품이 많이 들고 복잡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성장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우리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에 뒀다면 같이 하는 일에서는 한쪽이 손해보지 않게 서로가 시너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한쪽이 손해 보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방 모르게 고객을 만나 이익을 챙기는 경우라면 헤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을 생각하다 보면 빅데이터만큼이나 광풍이 불었던 마이데이터가 아쉽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개별 고객에게, 개별 사업자 단위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를 갖는다. 빅데이터가 마이데이터로, 마이데이터가 AI로 진화할 때 달성 가능한 목표다. 마이데이터가 개념이 아니라 사업 모델로 좀 더 성숙해졌다면 돈이 되는 AI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NO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다. 이야기되는 많은 것 중에 어떤 게 대박 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괜찮아 보이는 여러 곳에 발을 걸치자니 사람이 부족하다. 제휴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콘텐츠가 비슷하더라도 재 패키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성심당 케이크가 이름을 바꿨더니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는 것처럼 본질은 비슷하더라도 서비스 이름, 포지셔닝, 제공 방법을 조금 손보는 것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은 고객향으로 바꾸고 다른 부분은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내자는 간단한 말이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 시장 동향을 관찰하고 경쟁분석을 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끔 쐬는 콧바람 속에서, 다른 업을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의 경쟁자와의 숨 막히는 밀당 속에서 새로운 BM이 느닷없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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