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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 컨설팅

데이터로 답을 주는 개 멋있는 직업

by 브라키오사우루스


데이터 분야에서 컨설팅은 보고서를 만드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컨설팅은 전문가가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는 자문과 비슷한 뜻을 가진다. 매출 부진의 사유를 찾거나, 신규 사업을 검토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략적인 답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더 근거를 만들고 싶을 때 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을 한다.


컨설팅이라는 말은 흔하다. 너도 나도 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특히 만족도 측면에서 그렇다.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는 컨설팅 결과를 내고 다음에도 같이 할 수 있는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는 보지 말자 하면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만족을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 모르겠는 걸 요청하니까 답이 와도 아리송하고, 내가 원래 생각하던 게 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나한테 물어가며 진행한 컨설팅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그럼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가 만드는 보고서는 리서치 회사의 보고서와 어떻게 다를까? 전통적인 리서치 기업에서는 보유한 패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다. 리서치 회사별로 분석 주제에 따라 사용하는 보고서 템플릿과 비용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기업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데이터를 활용해서 보고서를 쓴다는 것은 일면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어떤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하느냐에 있다. 리서치 회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패널로부터 확보한 데이터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SNS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업들도 비슷하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 더 많은 채널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프로젝트 담당자가 누구인지, 어떤 회사인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 분석 요건을 잘 잡았는지와 같이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지만 어떤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하는지가 근원적인 차이를 만든다.


최근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컨설팅을 넘어 더 깊게 관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데이터가 있는데 정비가 안되어있으니 도와달라고도 하고, 데이터 분야에서 일정기간 동안 팀원들을 상호 교류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대기업과 대기업이 업무 협약을 할 때 여러 가지 협업사항의 한 가지로 데이터 관련 업무를 끼워 넣고는 했는데 이제는 데이터라는 한 가지 주제로도 가능할 것 같다.


2025년의 데이터 컨설팅은 어떤 모습일까? 자동화와 실시간, 두 가지에서 답을 찾고 있다.

모습을 비슷하게 찍어내던 보고서들은 자동화된다. 우리가 만드는 보고서가 생성형 AI가 만드는 보고서와 다른 점은 도메인지식과 활용데이터에 있다.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AI와 똑같은 데이터 소스로 보고서를 쓴다면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데이터 추출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중급컨설턴트가 하던 작업은 자동화하고 고급기술자가 하는 작업들만 남겨질 것 같다.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보고서로 줬다면 이제는 그 형태에 집중하기보다 빠르게 답을 하는 게 중요해졌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2달 3달이 소요되는 분석 리포트라는 게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보고서 작업에 3달이 소요된다고 하면 그 보고서 작성에 활용한 데이터는 최소한 6개월은 경과된 과거 데이터다. 과거데이터를 가지고 현재를 볼 때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실시간, 속보성 같은 용어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AI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면 모든 차이는 데이터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급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클라이언트의 분석주제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떤 포인트를 짚어볼 것인가에 있다. 파이썬 활용능력자나 시각화 기술자나 파워포인트를 기깔나게 찍어내는 기술에 있지 않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 업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세상의 온갖 정보가 몰려올 때 중심을 잡고 핵심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설계하는 능력,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새롭고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데이터 컨설턴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보다는 광고기획자와 비슷할 것 같다. 뭉쳐있는 데이터를 풀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키워드로 관심을 일으키고, 데이터를 이리저리 머릿속에서 굴려보고 그려서 모두가 아! 할 수 있는 인사이트 한 줄과 그것을 설명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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