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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Jan 15. 2024

플랫폼은 저장소인가 통로인가

플랫폼의 영광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플랫폼은 언제 가장 빛이 날까요?

유머인 듯 현타인 듯 제가 생각할 때 플랫폼은 ‘돈을 쓸 때’와 ‘만들어지기 전’이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뭔가를 구축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줍니다. 예산도 배정해 주고 시간도 주는 것이죠.


플랫폼이 애물단지가 되는 건 역설적이게도 구축 완료 이후부터입니다.

“야 여기에 돈을 얼마나 썼어? 지금 접속자가 이게 말이 돼?”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고통이 시작됩니다.


초기에 플랫폼을 만들 때부터 참여한 경우는 좀 낫습니다. 영광의 순간이 지나 고통이 찾아온 것이니까요.

플랫폼 구축으로 다른 사람들이 광을 팔고 난 후에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우는 고통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내게 남은 것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플랫폼 활성화 과제'와 아무도 관심 없는 '플랫폼 유지보수'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고...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줬는지 모르겠고…

왜 전임자들은 모두 이직을 한 걸까요?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없앤다는 것은 구축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셈이고 거기에 들어간 돈이 낭비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전임자들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더욱 어렵습니다.


어렵게 만든 이 플랫폼을 살릴 수는 없을까요?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 플랫폼을 어떻게 써먹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고 싶은지, 접속자수를 늘리는 게 목표인지, 낡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인지, 채널로 써먹을 것인지, 온갖 데이터들을 수집해서 저장소로 쓸 것 인지,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이 있습니다.


다 가져가면 좋겠지만 한 번에 한 가지만 노리는 게 좋습니다.


플랫폼 구축은 대부분 외주를 주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면 “내 거”라는 느낌이 덜 납니다. 외주도 주지 말고 네가 다 해라,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개발에 관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지요. 외부 업체를 만나기 전에 내부 개발자들과 이야기해보는 게 좋습니다. 현업 담당자가 개발을 어떻게 하는구나 알기는 어렵지만, 나의 기획안이 적어도 어떤 수준인지, 우리가 직접 하면 어떤 공수가 들고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감'을 잡고 시작해야 합니다.

내부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쉽지는 않지만요ㅠㅠ


골칫거리 같은 플랫폼도 살려낼 수 있습니다. 20대 때는 화장을 안 해도 예뻤는데 지금은 왜 초췌하냐고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지 마세요. 30대가 되었으니 화장도 하고 철에 맞는 옷도 사 입어야 합니다. 플랫폼도 연식을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등장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기대는 접어야 되겠지요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애정을 주세요. 낡아빠진 것과 오래되어 정취가 있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할머니가 매일매일 쓸고 닦은 잘 관리한 시골집은, 강남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가 있습니다. 우리 플랫폼만이 뿜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세요. 우리 회사 업무를 잘 알고, 플랫폼에 대해서도 잘 아는 나(=담당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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