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의 역사] 9편: 분쟁의 시대

고민: 협의를 잃은 공공계약의 민낯

by 조민우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이, 전례 없는 위기들은 공공계약의 본질을 '협력'에서 '절차'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호 간의 신뢰가 약해지면서 공공계약의 현장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분쟁과 소송의 증가입니다.


최근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공공계약 현장에서는 부도와 소송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연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되었을 사안들이 이제는 법적 잣대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공공기관은 작은 흠결이라도 생기면 감사나 민원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계약 상대방인 기업들 역시 조금이라도 손해가 예상되면 각서와 수많은 증빙서류를 요구하며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려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잠재적 불신을 전제로 하여 **‘서류로 남기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관행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이미 준공이 끝난 사업에 대해 간접비를 청구하는 소송이 뒤늦게 제기되는 사례도 빈번해졌습니다.


소통 대신 서류를, 협의 대신 법률적 해석을 앞세우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공계약은 그 본연의 목표인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성공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친 경쟁과 분쟁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사업 추진 속도가 둔화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자본이 소진되는 등 비효율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공공계약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법과 제도가 정교해지고 투명한 기술이 도입되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협의 능력이 부재할 때 시스템은 제 기능을 잃고 형식적인 절차에만 매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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