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기술과 책임의 공존
우리는 개인 간의 약속에서 시작된 계약이 어떻게 국가 행정의 언어가 되고, 최저가 입찰의 비극을 넘어 안전과 품질의 가치를 수용하며, 나아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9편에서 불신과 분쟁이 만연한 지금의 공공계약의 민낯을 마주했습니다. 이제 공공계약의 역사는 기술의 정점인 **인공지능(AI)**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증대를 넘어, 인간의 책임과 윤리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공공조달 현장에서 복잡한 서류를 분석하고, 담합 가능성을 예측하며, 최적의 입찰 가격을 추천하는 등 인간의 판단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9편에서 제기된 문제점들, 즉 소송과 분쟁의 증가는 AI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 AI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계약 과정의 투명성을 극대화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책임의 소재는 모호해집니다. 만약 AI가 예측한 최저가 입찰이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지거나, AI의 알고리즘에 숨겨진 편향 때문에 특정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AI를 개발한 프로그래머일까요, 아니면 AI의 결정을 승인한 공무원일까요? 이러한 문제는 공공계약의 미래가 단순히 기술 도입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분명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기술을 설계하고, 적용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리적 오류를 잡아내는 데 탁월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윤리적 판단이나 계약 당사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 공공계약의 모습은 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는 **‘동반자’**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책임을 회피하게 만드는 **‘감시자’**가 될지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공공계약의 역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 즉 책임감과 윤리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며, 이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