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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Feb 18. 2024

있잖아 난 너를

아직도 사랑해


선우정아의 ‘동거’라는 노래를 듣는데

날이 차분해서 그런가 괜시리 울컥하는 아침.

이른 새벽, 얕은 조명 하나만 켜진 침실에 들어가서

자는 아보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새삼 결혼한 게 실감 난다.


헤죽헤죽 웃으며 잘 때도 있고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잘 때도 있는데,

웃는 날은 소년처럼 두 볼이 해사하고

미간에 주름진 날은 깨지 않게 조심히

손가락으로 여러 번 주름을 쓰다듬어 본다.


아보씨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내 앞에서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해지는 사람.

티를 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사회생활의 고충도 짐작만 해볼 뿐이다.

(집에 보드게임 택배가 연달아 오면

요즘의 회사 생활이 유난히 힘들다는 신호…)


가끔 아보씨를 향한 애정이 감당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 깨물어 터트리고 싶은 마음에

나 죽으면 아보씨랑 민구랑 같이 순장하자니까

기겁하는 사람과 결혼한 지 어느덧 2주년.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살아보니

부부 사이는 사랑한다는 말 하나만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수많은 감정의 실타래로 얽혀있다.


그 애틋함에 가까운 감정이 표출되는 지점이 날마다 다른데

오늘은 운무가 가득한 창밖 산을 바라보며

아보씨를 떠올리니,

내가 가진 운을 몽땅 부어서

이 사람을 만났구나 싶은 날.


22년 6월에 쓴 글


글/그림 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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