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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Mar 04. 2024

매콤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travel)의 어원은 고생(travail)이다.

이번 편부터는 만약과 만약의, 만약을 위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여행 실전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알아두면 역시 다 쓸데가 있습니다)


출발 전 확인해야 할 것

출발 전 짐을 싸기 위해 날씨 체크가 필요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북유럽의 9월은 유독 추위가 빨리 찾아온다는 말에 다양한 예측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중 가장 신뢰가 갔던 현지인의 블로그를 보았는데, 9월이면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경험상 울 소재의 옷을 입었다고 했다. 역시 북유럽은 빨리 추워지는가보다.. 하며 정보에 대한 신뢰 70% + 내 직감 30%로 짐을 쌌는데, 실제로는 더 날씨가 따뜻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진 것 같다) 실제 날씨는 기록 중간중간 남겨보는 것으로!  

* 여름이긴 한데 습도가 없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최고의 날씨


나에게 여행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을 '기록'을 위한 것들. 카메라와 메모리카드 두 개는 필수, 노트북과 일기용 다이어리, 메모용 노트, 필기구를 가장 먼저 챙겼다. 가서 책을 읽는 것보다 나는 기록하는 것이 더 좋다. 일기 혹은 편지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남편에게 여행 중 거의 매일 이메일을 보내고, 엽서를 썼다.

그다음으로 내가 꼭 챙겨가는 건 베개커버, 마사지볼과 라텍스 밴드. 여행이 꼭 내 집 같을 필요는 없지만 잠은 잘 자야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는 가장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베개커버를 여행에는 꼭 챙겨간다. 특히 해외여행에는 예상하지 못한 위생적인 문제나 싫어하는 향이 베인 침구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어서 매번 요긴한 준비물이 된다.

마지막 한 가지 덧붙이자면 코펜하겐은 환전할 필요가 없다. 전자화폐가 이미 너무 일반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정말 100원도 환전하지 않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끔 있는 홈리스들도 전자화폐 혹은 코인을 받는다)



"여행(travel)의 어원은 고생(travail)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고생)


우당탕을 예상했지만 우당탕탕탕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 2주 전이었나? 대한항공 비행 편이 변경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출발시간이 한 시간 미뤄진 것. 다행히 환승시간까지는 큰 문제없었고(3시간 텀), 무엇보다 그 사이에 티켓값이 너무 올라버려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2022년 신혼여행의 악몽(계속되는 비행기 일정 변동으로 항공사와의 전투력 상승 했던 그때...)이 떠올라서 역시 이런 상황도 면역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준비를 하고 나를 데려다 준 남편. 함께 공항가는길은 늘 100배는 더 설렌다.

남편의 오전 반차 +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호사를 누리며 출발했다. 혼자 홀랑 떠나버리는 게 미안하면서도 늘 응원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아련하게 바라보는 남편과 등을 보이며 떠나는 나.... 그리고 해맑은 조카

아련한 인사를 뒤로하고 출국심사를 하러 가는데 해외여행 출발을 혼자 하는 게 처음이 아닌데도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정말 나 결혼했구나...! 새삼스럽게 한번 더 느껴졌다.


라운지에서 느긋하게 아침도 먹고 엄마집에 놀러 간 조카와 페이스타임으로 인사도 잘하고 비행기를 탔는데, 그 앉은자리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를 대기했다. 이유는 중국에서 갑작스러운 항로 편 변경 요청... 그게 뭔 말인지 이해는 안 되었지만 나는 내 환승 시간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한 시간 반 정도면 뭐 불가능은 아니잖아? 하며 긍정회로를 가동했다. (하지만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은 처음인 상황)


K문화에 푹 빠진 외국인들과 옆자리를 나눠 타며 인천을 떠났고, 비행기에서 잘 안 자는 나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 게임을 했고, 라면도 먹었다. (내가 라면을 먹으니 그 라인 외국인들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줄줄이 다 주문해서 먹었다)


열한시가 정도 지났을 즈음 환승고객은 우선 하차하게 해 준다는 방송과 함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 나는 한 시간도 안 남은 환승시간에 '아, 전력질주 해야겠다' 하며 운동화끈을 단단히 묶고, 미리 환승 게이트 지도를 머리로 외우고, 핸드폰 이미지로 띄워뒀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웠던 빠르고 정확한 길 찾기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게이트에서 나만 동양인, 헉헉대고 있었다.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기 또한 출발이 지연된 것. 그 와중에 나는 숨 고를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피부로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고 긴 기럭지와 흰 황금빛의 머리카락,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 이제 다 왔구나 코펜하겐!!

그리고 엄습한 불안함이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연락해둔 숙소 호스트가 아직 답이 없다.... (매콤 2단계의 시작)


암스테르담 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 저녁 9시가 다되었는데도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았다.
도착해 보니 숙소와 내 짐이 사라졌다.

옆자리 텅텅 빈 비행기를 타고 일몰을 지나 까만 밤하늘을 날아 드디어 도착한 코펜하겐.

사실 너무 늦은 밤이라(밤 11시) 보이는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호스트가 그때까지 연락이 없어 도착과 동시에 에어비앤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호스트가 숙소 키 박스의 패스워드를 보내주기로 했던 거라 그게 없으면 못 들어가는 상황. 오랜만에 영어를 쓰는 데다가 낮은 전화음질, 북유럽 억양의 직원...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다고 했고, 1시간 동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2차 매콤 단계를 겨우 넘어가고 있는데, 어라? 짐이 안 온다. 그곳의 몇몇 한국인들이 보여 반가움도 잠시 웅성웅성하더니 그분들도 짐이 안온 모양이다. 여행사와 통화를 하고는 잔뜩 당황하고, 누구는 화가 났다. 하지만 여행사 가이드, 부모님들이 해결해 주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그때만큼은 그들과 나, 보이지 않는 선이 느껴졌다.

나 정말 혼자 왔지..!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편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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