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한다. 너무 똑같아서 어제와 오늘을 셀로판지로 겹쳐보면 하나로 보일만큼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산책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밥 대신 완두콩과 고구마를 즐겨 먹는다. 고구마와 냉동 완두콩을 한대 넣고 전자렌지에 7분만 돌리면 맛있는 식사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 똑같은 완두콩을 똑같은 찜기에 똑같은 시간을 돌려도 맛이 매번 다르다. 어떨 때는 폭 익기도 하고 어떨 때는 설익기도 하고 어떨 때는 유난히 더 톡 터지는 것 같다. 냉동 완두콩도 매일이 다른데 나의 하루가 어떻게 같을까. 세상에 똑같은 완두콩은 없다. 세상에 똑같은 나의 하루도 없다. 오늘 하루는 어제와 미세하게 다를 것이다. 그 미세한 틈 사이로 나는 자란다. 매일 다른 완두콩처럼 미묘하게 다른 맛의 하루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