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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Oct 28. 2022

에필로그

어릴 적에는 꽃이 예쁜 줄 몰랐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했던 시절에는

시험 문제를 하나 더 맞추느라, 옆에 있는 누군가와 비교하느라 꽃에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꽃보다 내가 더 예쁘고 싶던 그 시절에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흔들리는 코스모스에는 관심도 없었다.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거라는데.. 나에겐 그 말이 맞다.

굳이 누군가를 이겨먹으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보며

'하늘이, 바다가, 산이, 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꽃보다 더 예뻐지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후배에게서 꽃꽂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할 수 있을 만큼 배워보겠다고 나선 지 1년이 넘었다.

선물은커녕, 아직도 터무니없이 짧게 자른 꽃을 두고 아쉬워한다. 

벌집이 된 플로랄폼을 앞에 두고, 손에 든 꽃을 어떻게 꽂아야 할지 난감해한다.

그래도 꽃을 배우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서, 수업이 있는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외할머니는 90살이 넘어 당신이 살던 집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마당에는 접시꽃, 나리꽃,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마당에 무성히 자라난 잡초를 뜯으며 생각했다.

'꽃을 가꾸는 일은, 자신의 삶과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가꾸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꽃을 가꾸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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