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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Nov 02. 2023

이기적인 워킹맘의 삶

※ [월간 에세이] 10월에 기재되었던 원고입니다.


워킹맘으로 산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아기를 가진 뒤 많은 것이 변했다.” 이 문장은 사실 간단해 보였지만, 이 문장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일을 쉬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잠깐 동안 일을 쉬는 ‘휴직’이었지만, 오랫동안 해왔던 직장 생활을 내려놓고 아기를 돌보며 집안에서만 있는 삶은 상상 이상으로 지루하고 무료했다. 


그러다 육아휴직이 끝났다. ‘아기를 돌보면서 어떻게 회사를 다니지?’라고 한참 걱정했었는데, 복직한 지 10개월이 넘어간다. 사실 아기를 낳기 전보다 지금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더욱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한 사람만이 버는 돈으로는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도 물론 있지만, 이는 어쩌면 회사를 다니기 위한 수많은 변명거리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 가장 밑면에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컸다. 내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 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것은 가족이 아닌 사회 조직에서 내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나를 위한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달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로 돈이 들어오고 난 그 돈으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렇게 돈이 주는 가치 외에도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운 좋게도’ 복귀해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갖고 있다는 것. 이러한 것들은 내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을 나가면서 나와 아기의 관계는 새로운 태세에 직면했다. 부모님께서 아기를 잘 봐주셔서 낮에는 걱정 없이 일했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는 순간 육아는 온전히 나만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밤에 혼자 아기를 돌봐야 하는 피로감보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회사에서의 나와 아기를 돌보는 나, 매일 서로 다른 나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었다. 특히 워커 홀릭인 나로서는 연차를 쓰고 혼자 아기를 돌봐야 하는 날이 참으로 쉽지 않았다. 아기가 나를 부르고 징징거리는데 업체와 심각한 통화를 해야만 했던 어떤 날은 “정말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울컥하기도 했었다. 무언가를 급히 보내줘야 해서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작은 방에서 문을 잠그고 노트북으로 일하는데 밖에서 아기가 “엄마, 일 싫어”라고 말했을 때는 진짜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일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기도 보고 일도 하려는 내가 이기적인 엄마인가?’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기를 낳은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지만, ‘내가 아기를 키우면서 일도 하는 것이 나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인가?’라는 생각은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이기 전부터 일을 하던 사람이었고, 엄마이기 전부터 내 삶이 있는 사람이다. 엄마로서의 기쁨은 그 어떤 것과 비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일을 하는 삶을 사는 기쁨도 분명 내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스스로를 ‘이기적’이라는 자책감에 가두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삶을 이기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이기적임을 받아들이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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