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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Jul 10. 2024

잘 정제된 B급을 보는 즐거움

<핸섬가이즈> 단평

※ <핸섬가이즈>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6월 26일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개봉 당시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조용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이러한 입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는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나게 폭소를 터뜨리게 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구간에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즐거운 코미디 영화였다. 공포 영화의 법칙을 지키는 듯하다가 살짝씩 엇나가는 듯한 구간들은 거칠지 않았고 나름 세련되게 잘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영화가 등장인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핸섬가이즈>는 한 시골 동네로 이사 온 재필과 상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험악한 인상을 가진 그들은 이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 동네 마트에서 타지에서 놀러 온 젊은이들과 부딪히고, 동네 경찰들에게는 찍히고 거기에다가 그들이 도착한 이사 장소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낙후되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었다. 겨우 이삿짐을 다 정리하고 밤에 낚시를 나간 그들은 낚시 장소에서 낮에 트러블을 일으킬 뻔했던 무리 중 한 명인 미나를 만나 위험에 처한 미나를 도와주지만 미나의 친구들은 오히려 그들이 미나를 납치하는 것이라고 오해해 그들을 몰래 따라가기 시작한다. 한편 재필과 상구가 이사 간 곳 지하에서는 악마가 봉인되어 있었고, 미나 친구들의 실수로 인해 봉인된 악마를 푸는 저주가 하나씩 풀리면서 그들에게 불길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그들을 억지로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험악한 인상의 주인공들에 대한 다른 이들의 오해가 영화 초반에는 작은 소동 정도에 그치지만, 곧 그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번지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초반부터 험악한 인상으로 인해 로드킬 당한 염소 사체를 치울 때도 사람의 시체를 치우는 것으로 오해받았던 재필과 상구는 미나의 친구들 때문에 등장한 악령으로 인해 점점 손쓸 수 없이 꼬여버리는 상황에 처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나의 친구들이 악령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며 점점 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고, 여기에 봉인된 악령까지 부활하면서 그들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영화는 1981년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이블 데드>의 순한 맛 같이 느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 지하에 묻혀 있던 악마, 그리고 그 악마를 물리치는 평범했던(?) 사람들까지. <핸섬가이즈>의 원작은 <터커&데일VS이블>이지만, 영화는 원작에는 없었던 오컬트 장르를 더해 <이블 데드>와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이 오컬트 장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지만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로 인해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가 형성되기도 했고, 원작처럼 갑작스럽게 살인이 벌어지면서 유혈이 낭자하는 스플래터 장르로 가기보다는 악령이라는 존재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관객들이 조금 더 납득할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오해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끔찍한 상황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영화는 이 ‘오해’를 통해 발생한 상황들을 코믹하게 풀어나간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빵(!) 터졌던 장면은 죽은 최소장이 악령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사실 영화 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그렇게 중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최소장을 연기한 박지환 배우에 의해 ‘나름 절제된 문워크를 하는 듯한 좀비(?)’가 되면서 죽은 최소장이 움직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가장 코믹한 순간으로 꼽고 싶다.


<핸섬가이즈>가 전에 없었던 참신한 결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슬래셔 혹은 스플래터 장르 한 스푼에 코미디와 오컬트라는 요소를 결합하면서 기존 한국 대중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슬래셔 혹은 스플래터 무비의 장르적인 특성을 조금 더 세게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믹 호러 같은 느낌까지 주는 나름대로 완벽한 엔딩에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지키면서도 절제되고 깔끔하게 만들어져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즐겁게 하는 완성도 코미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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