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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켠다

하기 싫은 일도 그냥 하는 사람들-전지현과 김연아에게 배운 루틴의 힘

"저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선택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선택받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를 생각했고, 저만의 귀찮은 일을 매일매일 하면서 저 스스로 단단해지려 해요."


전지현 배우가 말했다. 유튜브 예능에 처음으로 길게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솔직히 털어놓는 자리였다. 늘 화려하고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배우, 결혼과 일 모두 자리를 잡은 사람이라서 그에게서 여유로움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는 고백이 나왔다.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고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괜찮은 날들이 많은데,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매일매일 귀찮고 힘든 일을 하나씩 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고 어떤 힘든 일이 와도 이겨낼 것 같아서요."


그 말에 함께 출연한 이지혜, 장영란, 홍진경의 표정이 달라졌다.


"전지현도 저렇게 사는데, 난 ... "


이미 정상에 선 사람조차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계속 단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출연진 모두가 잠깐 멈춰 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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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에 출연한 전지현늘 화려하고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배우, 결혼과 일 모두 자리를 잡은 사람이라서 그에게서 여유로움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는 고백이 나왔다. ⓒ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켭쳐


전지현은 단지 겉모습으로만 존재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는 겉모습을 가꾸는 일과 함께 속(內외)의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는 늘 외적으로는 깨끗하게 씻고 관리하잖아요. 그런데 몸속은 잘 돌보지 않죠. 그래서 몸속을 깨끗이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물을 자주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 말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단순히 예쁜 배우의 미용 비결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과 건강까지 돌보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었다. 몸을 관리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을 단단하게 세워가는 삶. 전지현 배우는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전지현 배우를 유심히 봐왔다. 유독 관심 있게 보게 된 건 예전 남자친구 덕분이었다. 그는 전지현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냥 '예쁘니까 좋아하지'라고 생각했다. 긴 생머리, 청순한 외모, 아름다움의 상징.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알겠다. 전지현 배우의 진짜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련시키는 단단한 정신에 있었다는 걸.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꾸준함이 스며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고, 자신을 관리하며, 싫은 일도 일부러 찾아서 하는 삶. 그건 단지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회자 되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선수다. 한 감독이 훈련 중이던 김연아 선수에게 물었다.


"지금은 무슨 마음으로 운동하세요?"


김연아 선수는 그때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마음으로 하긴요, 그냥 하는 거죠."


그 짧은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비가 와서 싫다', '오늘은 피곤하다', '하루쯤은 쉬고 싶다'는 핑계를 늘어놓는 우리와 달리, 김연아에게 루틴은 감정이 아니라 '기본값'이었다. 그냥 하는 것, 그것이 곧 그를 세계적인 자리에 올려놓은 비결이었다.


전지현의 "하기 싫은 것도 일부러 한다"는 말과 김연아의 "그냥 한다"는 말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화려함이 아니라 루틴에 대한 겸손함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내 삶을 돌아봤다. 나는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일했다. 한 프로그램에 고정되어 일했던 게 아니라 시사 방송에서 음악 방송으로, 라디오에서 TV로, 때로는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포맷을 기획해야 했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된 직업 같지만, 실제로는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좀 쉬자 싶을 때마다 새로운 미션이 생겼고, 나는 다시 배워야 했다. 한때는 그런 반복이 버겁다고 느꼈다. 왜 나는 이렇게 늘 안주하지 못할까, 왜 나는 늘 새로 시작해야 할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끊임없는 변화와 배움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전지현 배우가 말했던 것처럼 하기 싫은 걸 일부러 하는 삶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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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켠다. 조금은 피곤하고, 조금은 귀찮지만, 그래도 그냥 한다.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루틴이니까. ⓒ 이효진


지금 나는 아동문학 작가로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동시에 아이들 글쓰기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글쓰기 싫지? 공부하기 싫지? 그런데 하기 싫은 걸 꾸준히 해나가면 진짜 실력이 자라. 그게 너희를 성장시킬 거야."


하지만 정작 나는 어땠을까. "오늘은 피곤해서... 오늘은 집안일이 많아서..." 그렇게 이유를 붙이며 글을 미룬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이들에게 '하기 싫을 때 쓰는 게 진짜 실력'이라 말하면서, 나는 그 말을 가장 지켜야 할 사람임을 잊고 있었다.


전지현의 루틴, 김연아의 단단함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다짐한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기 싫어도 그냥 하자. 오늘도 써. 오늘도 해내자."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아름다움이 있다. 그건 타고난 우아함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선택의 결과다. 전지현이 보여준 그 꾸준함처럼, 김연아가 말한 '그냥 하지'의 정신처럼.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켠다. 조금은 피곤하고, 조금은 귀찮지만, 그래도 그냥 한다.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루틴이니까. 그리고 믿는다. 이 루틴이, 언젠가 내 이름 앞에 '작가'라는 단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붙여줄 거라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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