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춘기, 엄마도 아이도 이 시기를 잘 견디려면
"엄마, 나 공부 포기할래.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사는 건 다 비슷해."
올해 중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아들은 점점 공부에서 멀어졌고, 친구들과 밖에서 보내는 날이 늘었다. 자전거에 빠져 친구들과 함께 다니고, SNS에서 자전거 관련 영상만 찾아보며 정작 학교에서 해야 하는 공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초등학교 시절, 특히 3학년 때 아들은 누구보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던 아이였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책을 읽고, 한자 시험과 한국사능력검정 시험까지 챙기며 학교에 공부 자료를 가져가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던 아이였다.
엄마인 나는 "일찍부터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지만 아들은 늘 열심이었다. 그랬던 아이가 중학교에 가자 갑자기 "공부 포기"라는 선언을 했다. 엄마로서 충격은 더 컸다.
도대체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사춘기라는 이름 아래 모든 아이가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내 아이만 이러는 걸까, 아니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혼란과 갈등일까?
걱정과 당황스러움 속에서 나는 손글씨 편지를 썼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며 차근차근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아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엄마, 편지 썼네? 나 잘 읽었어. 그런데 나 공부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공부 안 할 거야."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흔들리는 사춘기 시기, 엄마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걱정으로 한껏 부풀었고, 동시에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최근 브런치에도 공유했다. 브런치에는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하다면,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봐도 된다.
-동기부여 되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아이에게 공부 동기를 찾아주라
-공부를 함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최소한 기본은 지켜야 한다.
-아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공부다. 모르는 것을 알 때 느끼는 희열과 앎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어라
특히 기억에 남았던 댓글은, 한 아버지가 남긴 글로, 현재 의사가 된 아들의 이야기였다. 그 아들은 중2 때 게임 중독으로 자퇴 위기를 겪었지만, 최소한 중학교 과정은 마쳐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위기를 넘겼다는 경험담이었다. 그 아버지는 덧붙여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댓글을 보면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위기는 특정 아이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또 기억에 남는 댓글은 우리 아이와 같은 중학생이 남긴 글이다. 그는 사춘기라는 개념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중간고사 이후부터 공부가 미치게 하기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여태까지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살아왔으며, 공부를 포기하는 건 미래를 위협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죽어도 공부하기가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도 엄마에게 똑같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엄마, 나 다시 기다려보면 공부하고 싶을 때가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걸까? 하기 싫어도 그냥 해야 하는 걸까?"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와 겹쳐 보였다. 사춘기 아이에게 찾아오는 성장통, 혼란 그리고 자기만의 고민과 방황. 그런데 그 학생은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보고 마음이 깊어지고, 잔잔한 파도로 울림을 받았다고 했다. 공부가 싫었던 아이가 누군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위안을 받았다니, 엄마로서 나는 그 순간 큰 울림을 받았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고,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 앞으로 글을 쓸 때 주저함 없이, 솔직하게, 마음을 담아 써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마음으로 깊이 다가갈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한 편, 책 한 권을 내밀어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도록 돕는 것. 그 과정을 위해서라면 나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게 읽히기 위한 글과 책을 추천하고, 때로는 경험담을 나누며 작은 울림을 전하는 일. 그것이 지금 나의 작은 목표이자 고민이 되었다.
사춘기 아이의 마음은 쉽게 읽히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울림과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공부를 거부한 아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사춘기 속에서 스스로를 탐색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길을 함께 바라보고, 작은 울림을 전하며, 아이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 역시 한 사람의 부모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춘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시간, 그 자체가 이 긴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다시금 느낀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