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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멈춤 사이, 인생이 나를 가르친다

멈추지 말고 도전하라

가끔 그 언니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본다. 방송국에서 함께 일하던 아나운서 언니는 이제 국제정치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제정세를 다루는 방송에 고정 출연하며, 각국의 뉴스를 분석하고 세계의 흐름을 전하는 모습이 참 든든하다.


그 언니가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국제 이슈가 아니라 국내 정치와 경제를 다루는 데일리 방송의 진행 제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했다.


현재 하고 있는 고정 코너와 시간대가 겹치기도 했고,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편 자꾸 이런 제안이 들어오는 건 어쩌면 도약하라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시절의 내 인생도 늘 새로운 프로그램과의 만남, 그리고 배움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처음 맡았을 때는 청취자와의 감정 교류가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좋은 방송은 결국 '공부에서 나온다'는 것을. 시사 프로그램을 맡으면 세상 돌아가는 이슈를 챙겨야 했고, 교양 프로그램을 맡으면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읽어야 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공부가 시작됐다.


방송의 형태가 라디오에서 TV로 옮겨가면서는 시청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했다. 외국인을 위한 방송을 맡으면서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물론 완벽한 영어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인 출연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기본적인 회화와 표현들을 다시 익혔다.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전하는 소통의 자세라는 걸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IE003536000_STD.jpg 방송작가 시절, 편집과 원고 사이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해 나갔다.


그렇게 나의 방송 인생은 늘 배움의 확장선 위에서 움직이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을 때마다 언제나 또 다른 도전의 문이 열렸다. 그 문을 열 때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성장의 길이 있었다.


한때는 뉴스 PD로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고마운 기회였지만, 솔직히 망설였다. 보도국의 치열한 공기 속에서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좀 더 여유로운 호흡을 원했고, 결국 그 제안을 거절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그 길을 선택했다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의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배움이 결국 내 삶의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전은 늘 불안과 두려움을 데리고 오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힘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오랜 시간의 도전이 이어져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다. 방송작가로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나는 이제 아동문학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다.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다는 건 단순히 문장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의 언어로 세상을 다시 번역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방송 현장에서 배웠던 모든 경험이 이 길에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듣는 법, 짧은 문장 안에 감정을 담는 법, 하나의 장면에 메시지를 녹여내는 법. 그건 방송에서, 그리고 수많은 인터뷰와 원고 작업 속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지금 나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힘, 다름을 이해하는 용기, 상처 속에서도 성장하는 마음. 그런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며 다시 한 번 '배움의 길' 위에 서 있음을 느낀다.


이제 50대를 앞두고, 나는 또다시 초보가 되었다. 새로운 분야 앞에서 겸손해지고, 다시 배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도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의 가치는 더 깊어진다.


그 언니의 말처럼, 인생은 우리에게 계속 신호를 보낸다.


"멈추지 말고, 도전하라."


도전은 화려한 성취의 이름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내가 나를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돌아서더라도, 결국 그 모든 걸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제 멈출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배움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나는 여전히 도전하는 삶을 선택하려 한다. 왜냐하면 결국 멈추지 않는 배움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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