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에게도 말하기 능력이 필요할까?
지난 9월 초, 내 첫 동화 계약이 성사되었다. 이 계약으로 나는 드디어 동화작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순간 느낀 희열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기쁨은 큰 돈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가 되는 보상도, 대중의 인지도도 아직은 전혀 없다. 솔직히 나는 그것조차 바라지 않는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가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값지다. 동화작가로서의 도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된 경험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지난 5년 동안의 유튜브 경험은 달랐다. 나는 그때 초등교육과 글쓰기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올리는 일에 하루하루를 쏟았다. 매일 올리고, 고민하고, 실험하며 시간을 쏟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대만큼의 성과가 아니었다.
구독자는 2300명 정도, 조회수는 한정적이었고, 매번 올린 콘텐츠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때는 하루하루 열정을 다해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왜 나는 그때 글쓰기에 올인하지 않고 유튜브에 그렇게 시간을 쏟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삽질만 해 온 걸까? 유튜브를 기획하고 올리던 그 과정이 내게 남겨준 건 정말 하나도 없는 걸까?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겨본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는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도 결국은 이야기를 전하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을 나눠야 한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그때는 몰랐다. 나는 글쓰기 근육을 길러왔다고 믿었지만 정작 글은 많이 쓰지 못했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고를 써서 촬영하는 게 아니라, 대략적인 키워드와 구성을 정해 놓고 즉석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촬영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말하기 근육'을 키웠다. 원고 없이도 이야기 구조를 짜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하며 청중과 호흡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돌이켜보면 유튜브가 내게 안겨준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이 말하기 능력이다.
▲마이크돌이켜보면 유튜브가 내게 안겨준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이 말하기 능력이다.
방송작가 시절에도 나는 종종 방송에 출연해 말을 했지만 대부분은 원고를 읽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말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보다는 글자를 옮기는 도구에 가까웠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달랐다. 준비된 문장이 아니라 즉석의 생각을 풀어내며, 이야기를 내 언어로 다시 빚어낼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동화작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든든한 무기가 된다. 앞으로 나는 글로만이 아니라 말로도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돌이켜보면, 지난 5년의 허무한 시간도 의미가 있었다. 동화작가로서 나는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며, 작품과 계약을 통해 직접적인 성취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한 말하기 경험은 또 다른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강연하고,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유용하게 쓰일 힘이다.
말과 글은 서로 다른 근육이다. 나는 글쓰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의 말하기 훈련이 그 빈틈을 메워주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방향을 전환했다. 유튜브에 매달리기보다는 동화작가의 여정에 올인하고 있다.
물론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왜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낭비만은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 바로 말하기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은 동화작가로 살아가는 내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이야기를 다듬으며, 작품을 준비한다. 동시에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창작 수업을 구상한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 동화작가에게 글쓰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말하기 능력이라는 것을.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창작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순간, 지난 시간의 허무함도 모두 의미로 바뀐다. 실패처럼 보였던 5년은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준비하게 만든 과정이었다.
앞으로 나는 글과 말, 두 근육을 모두 활용해 아이들과 소통하며 상상과 창작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지난 경험이 남긴 허무함과 성취감, 후회와 깨달음을 모두 안고, 나는 오늘도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하며,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