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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맑음 스튜디오 Jan 18. 2022

감비아를 아십니까

감비아의 국가 도메인을 사보려고 하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렇다.

나는 '나만 그런가 싶은 것들'이 좋고 그게 멋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한 번이라도 "도대체 그게 왜 좋은 거야? 그게 왜 멋있는 거야?" 말한 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침에 출근하며 시계가 작동하도록 태엽을 수동으로 돌리는 것. 좋다.

하늘을 보며 내가 뭘 할지 생각하면서 용두를 돌린다.



  색상 코드가 외우기 쉽고 패턴처럼 반복되는 것. 좋다(??).

서로맑음의 브랜딩을 할 때, 색상 코드를 예쁘게 하려고 했다. 적절한 색상 톤을 고르고 나서 색상 코드를 확인하여 예쁜 색상 코드를 선택한다. 그래서 지금 쓰는 색상 코드가 #333399와 #ededed이다.



  웹사이트 주소를 6글자 밑으로 하고 싶어서 감비아의 국가도메인을 사려고 한 것. 좋다(?????).

먼저 도메인(domain)이란, 홈페이지의 식별하기 어려운 주소를 우리가 알기 쉽도록 사이트 주소를 따로 판매하는 기관으로부터 1~2만 원에 구매하여 자신의 사이트를 연결하게 된다. 여기서 온점(.)으로 구분한 부분을 도메인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kr이나 .com이 도메인이다. 여기서 나는 '서로맑음' 사이트를 제작하고 연결할 멋진 도메인을 물색하던 중, "주소가 정말 짧으면 멋지겠다!"라고 생각했다. 도메인 앞의 사이트 주소는 3자 이상 필수로 사용해야 하니까 도메인까지 해서 6자 이하라면 '이게 멋이지'라고 생각했다.




mal.gm

  내 사이트 주소는 이걸로 정했다. 맑.음. 얼마나 멋진가(지금 '도대체 그게 왜 멋진 거야?'라고 생각하셨죠?). 내 명함에 이 명료한 주소가 새겨질 걸 상상했다. 지갑 어딨더라! 바로 위 도메인을 판매하는 업체를 찾았다.



  가령. xyz이나. me 혹은. shop 같은 도메인들은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New gLTD)'라고 하여 기업이나 기관이 신청하여 만들어진 도메인들이다. 신청부터 선점까지 수 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서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잘 신청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당 도메인을 유지할 능력도 있어야 하며 검증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삼성(.samsung, .삼성), 현대(.hyundai), 기아(.kia) 등이 선점했다(도메인 목록은 여기서 확인 가능하다).



  이 말고도 다른 종류의 도메인이 많은데 그중, 특히 내가 사려고 했던 .gm 도메인은 아프리카의 감비아라는 국가의 국가코드 최상위 도메인(Country Code Top-Level Domain, ccTLD)이다. 국가 혹은 지역 단체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도메인들이다. 한국의 .kr 도메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는 감비아의 국가도메인을 구매하려고 이 도메인을 판매하는 유일한 업체를 찾았고 "mal.gm" 도메인을 무려 9만 원(74달러)을 긁었다. 모두 이런 식으로 도메인을 구매하진 않는다. 카페24, 고대디 등의 업체에서 연간 1~2만 원의 비용으로 구매한다. 심지어 첫 해엔 5천 원 이하로 할인받아 구매하지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매 후, 다음날이 되어서야 메일이 하나 왔다.

"당신이 감비아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보통의 국가 도메인은 그 국가와 관련된 기업, 단체가 아니면 도메인 사용을 허락해줄 수가 없다. 한국도 .kr 도메인을 모든 사람에게 허용해주지 않는다. 이는 감비아도 마찬가지다. 감비아에 관련되어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단체 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여야 하며 회사의 사업자 정보 혹은 신분증으로 이를 증명해내야 한다. 구매처에서 이를 요구했고 나는 감비아와의 내가 그 어떤 것도 접점이 없었다. 단지 .gm 도메인이 멋지다고 생각했을 뿐.




  "그저 제 사이트 이름이 .gm으로 끝나서 쓰려고 했습니다.."

주문 취소를 위해 솔직하게 메일로 적었다. 결국 보통의 업체의 도메인을 구매해 사이트 주소는 https://seoro-malgm.studio/ 으로 쓰고 있다. 이 소동은 내가 국가 도메인인지, 일반 무슨무슨 도메인인지 잘 몰랐던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일을 통해 도메인이 무엇이고, 웹사이트가 어떻게 도메인과 연결되는지도 알아보게 됐고 감비아라는 국가와 아주 작은 접점을 가지게 되었다. 주소와 도메인 사이의 온점(.) 정도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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