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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맑음 스튜디오 Aug 14. 2021

키오스크 여행자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이유 하나.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햇빛이 너무 세고 더워서 커피에 샷을 추가해서 마시기로 했다.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에 줄을 섰다. 내 앞의 분은 한 손에는 카드를 당장에라도 꽂을 수 있도록 넣는 방향으로 쥐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 그게 이름이 뭐였더라?" 할 때 눈을 질끈 쥐며 나오는 손으로 키오스크를 터치했다. 아메리카노를 HOT으로 하나 장바구니에 담았다.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휭 날아가 장바구니에 들어갔지만 그걸 못 보셨는지 아메리카노를 다시 찾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뒤에서 말을 걸었고 도와드리기로 했다.


  방금 넣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먼저 장바구니에서 꺼내 "아메리카노 드실 건가요?"라고 묻자, "앗, 네." 하셨다. 금방 결제까지 이어졌고,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다. 이 분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며 카페의 키오스크를 처음 조작하시는 분 같다. 키는 작으셨는데도 큰 가방에 짐이 많으셨는데 여행가방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이 여행자로 보인다. 키오스크의 세계에 처음 여행해 들어온 여행자.



  여러 사람들이 키오스크가 조작이 불편하고 특히 노년층 분들이 결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UI/UX적 문제를 왕왕 지적한다. 나 또한 불편을 토로하는데 키오스크 조작은 왜 어려운지 좀처럼 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왜 이 분은 키오스크를 조작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고 싶어 졌다. UI/UX 설계를 할 때 문제 분석을 위해 페르소나(가상 유저)를 만들고는 하는데 지금 내 앞에 그 페르소나가 내 앞에 있지 않나!



 : 커피를 추가하셨는데 또 추가하려고 하시더라고요. 커피가 추가된 걸 못 보신 건가요?

상대 : 못 봤어요. 추가할 때 메뉴 '선택 완료' 버튼만 눈에 보여서 그걸 눌렀는데 추가된 줄도 몰랐네요.


: 커피를 선택했을 때 커피 사진이 날아가 담기는데 보기 어려웠던 건가요?

상대 : 네, 제 손이 가리키는 방향만 보고 있어서 다른 데에 뭐가 날아다니는지도 몰랐네요. 화면도 가게마다 다 달라서 자주 만질 일도 없으니 그런 게 다 어디 뜨는지 감도 안 와요.



  키오스크가 불편하다는 점은 알았지만 끝에 이 분께서 답변한 말은 생각해본 적 없었다. 키오스크가 매장마다 다 다른 데다가 스마트폰처럼 퍼스널 한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안에 있는 정보들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서서 수직으로 세워진 키오스크를 조작하는 데에 사람마다 시야가 달라 스마트폰 화면처럼 시야가 왼쪽 최상단에서 오른쪽 최하단으로 무조건 흐르지 못하여 텍스트나 컴포넌트들을 크게 한들 내가 든 손가락의 위치에만 시야가 갈 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엄지 영역(The Thumb Zone)이라는 게 기기의 크기, 양손의 여부에 따라 달린다지만 패드 화면보다 더 큰 키오스크에선 완전히 색다른 영역으로 설계가 필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퍼스널 한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 뒤에 있는 사람도 써야 해서 빨리 주문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보 습득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메뉴를 거의 고르고 왔을 손님들은 자신이 정한 고른 메뉴를 빨리 선택해서 주문하고, 결제하길 바랄 텐데 뭐 더 주문하겠냐고, 이런 추천상품도 있다고 계속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나 싶다.




인간이 타인의 혼데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키오스크 앞에서 여행자가 된다(특히 햄버거 M사에서). 새로운 세계에 여행을 온 여행자는 현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현지인은 현장직 원일 수 있다. 키오스크일 수도 있다. 게다가 키오스크 안에 설계된 UX일 수도 있다. 게다가 여행자는 종종 현지인의 태도에 의해 자신의 여행을 만족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 내가 제공하는 브랜드가 키오스크 화면을 날아다니는 아메리카노 때문에 몇몇 만족하지 못한 여행자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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