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맑음 스튜디오 Aug 09. 2021

마리오의 점프에서 알게 된 '배우기'

내가 쌓은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나 자신이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사람의 생각을
일반 경영자보다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요.




  닌텐도의 사장이었던 故이와타 사토루에 관한 책 <이와타 씨에게 묻다>라는 책에 있던 그의 토막글이다. '인텔리 야쿠자'라는 별명이 있던 그의 천재적인 개발 이야기는 제쳐두고 이 토막글로 보아 그는 '개발자 출신 경영자로서' 생각하고, 사원들과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내가 기존에 가졌던 혹은 쌓아온 '정체성'과 다른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기존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여서 이걸 배우고 나면 ●●●를 더 할 수 있겠지요.' 하는 뽐내기가 필요하다. 마치 코딩을 시작한 디자이너와 같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디자이너로 시작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코딩은 뭘까?'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아래와 같은 순서를 공부한다.


1. 탄생 배경

2. 작동 원리

3. 연습

4. 응용



  탄생 배경(혹은 어원)은 내가 아예 모르던 새로운 것에도 위화감을 줄여준다. 예를 들면 당신이 HTML5를 배우기로 했다면 이 단어의 함축 어를 풀어보는 것이다. 끝에 L은 언어(Language)이다. 즉,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HTML5는 끝에 5가 들어간다면 1~5가 있지 않았을까? 이 숫자가 올라가면서 바뀌게 된 배경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바뀐 것인지 확인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내가 디자인과 출신이어서 이해가 쉬웠던 부분은 디자인 트렌드가 이 언어들의 변화와 비슷했다는 점이다. 스큐어모피즘에서 플랫디자인, 뉴모피즘으로 발전해나가면서 디자인 트렌드가 여러 이유들에 의해 변화해왔는데 이게 깨나 비슷하다.


  작동 원리는 기초적으로 내가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를 목표로 했다면 디자인을 하기 위한 툴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연습은 당연하다. 디자인이 아무리 플랫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유행했더라도 디테일한, 높은 밀도의 디자인은 계속 요구된다고 생각한다.(밀도가 높다고 해서 복잡하고 효과가 많은 게 아니라 세세하고 이유 있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응용은 내가 새로운 걸 배우면서 속으로 '아 이걸 배웠으면 이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가죽공방을 배웠다면 새 카드 지갑을 만들어보고, 캘리그래피를 배웠다면 시를 써보기도 하고, 구를 그려봤다면 사과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 네 단계의 순서는 처음에 소개한 닌텐도의 대표 게임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레벨 디자인 철학 중 하나인 '기승전결 디자인'에서 착안하였다.

마리오의 첫 시리즈, Super Mario Bros. (1985)


  슈퍼 마리오의 스테이지를 깨는 플랫포머 장르의 대표 격 게임으로 스테이지마다 재밌는 기믹*을 해결하여 해결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마리오가 점프로 적을 밟으면 해치울 수 있는 기믹을 제공한다면 아무리 점프해도 죽지 않는 곳을 제공하고, 밟을 수 있는 적을 바로 보여준다(배경 제공 및 작동 원리). 그리고 멀리 뛰어볼 만한 곳, 달리기를 이용하면 멋있게 뛸 수 있는 곳을 제공한다(연습). 여기서부터는 마리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적들이 등장한다. 모든 스테이지를 지나면 앞서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뛰어서, 높이 점프하면 높을수록 점수를 많이 주는 결승점인 깃대에 도달한다(응용). 이 깃대는 점프가 핵심인 마리오 시리즈에서 거진 모든 스테이지에 등장한다(자세한 내용은 이 영상에서 잘 설명해준다 링크).



 나는 '그것도 다 머리 좋아야 가능하다', '너니까 된 거다' 같은 말이 싫다. 나는 멍청하다. 그냥 계속 앞에 것을 투덜대며 계속했을 뿐이다. 아직도 내가 못해서 많이 투덜댄다. 다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쌓아온 지식과 정체성 때문에 "나는 디자인과인데 코딩을 어떻게 배워."가 아닌 이미 있는 정체성을 가진 채로 배움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타 씨가 '저는 개발자 출신이어서 경영은 못하지요.' 같은 말을 안 한 것처럼 말이다. 높아만 보이던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런 글을 쓰게 됐다.



  끝으로, "난 정체성 같은 건 없는데, 어디 출신도 아니고."라는 생각이라면 내가 정체성이라는 단어로 비유한 것이 있어 보이게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도 작성한다. 정체성이 별거인가. 내가 뭔가 좋아하는 것이 있어 그것을 추구해왔다면 그걸 어필하는 것 또한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민트 초코 좋아 인간인 내가 연극 대본 쓰기를 배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이런 거. 내가 살면서 민트 초코를 좋아하게 된 것도 내가 살면서 만들어온 나의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기믹 : 제품 등의 독특한 특징. 장난감으로 따지면 그 장난감이 주는 차별화된, 독특한 특징 혹은 기능을 말한다.

이전 02화 쌀국수 집의 UX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