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밑에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던 때가 있었다. 밑에 흰색의 네모칸을 추가하고, 본고딕으로 장평과 자간을 수정하고, 미리 메모해둔 위도와 경도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확인한다. 그걸 복사하여 칸에 적는다. 웹사이트에 올리는 용도로 크기를 압축하고, 마지막으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여행 사진'이 완성된다. 여행을 가면 수 백 장의 사진을 그런 식으로 작업하고 SNS에 올렸다. 여행의 시간을 잘게 나누어 장소까지 적어 쌓아 올린 적분(積分)*의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게 귀찮아졌다.
반복해서 흰 칸을 만들어 위도와 경도를 적는다는 게.
그래서 구글에 검색을 했다. '사진 한 번에 보정하는 법'.
앞서 간단한 검색을 통해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 뒤로 정한 게 있다.
"내가 뭔가 반복하면 그건 줄일 방법이 있다."
특히 '아 이거 좀 귀찮다' 싶으면 불필요한 반복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어떤 달의 말일에 "이거 왜 하고 있냐" 한 적이 있다. 매월 말일에 외주로 작업하는 '어떤 달력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 '어떤 달력'은 한 양식의 엑셀 파일을 확인해서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달력에 맞는 요일에 알맞은 내용을 입력하고 쌓아가며 결과적으로 하나의 달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달력에 들어갈 내용은 매달 달라졌고 말일에 작업을 했다. 짧으면 15분, 길면 1시간 정도 엑셀 파일의 정보를 옮겨 코드를 작업하면 달력이 만들어졌다. 다소 우스운 것은 뭔가 만든다는 개발자로서 일해왔으면서 '이 반복의 일'에 대한 의심을 잊고 살았다. 이 일을 하면 용돈 같은 수입을 얻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이어지고 나서야 "아 이거 왜 하고 있냐. 좀 귀찮네." 한 것이다. 그제야 '자동 달력 만들기'를 만들었다. 주어진 양식은 그대로라고 가정하고, 연도와 월을 설정할 수 있으며 요일과 날일이 계산돼 달력이 제작된다. 몇 번의 복사와 붙여 넣기를 통해 원하는 달력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양식을 바꿨더라면 더 줄일 수 있었겠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무언가 반복하고 있다면 그건 줄일 수 있다. 하물며 그게 어떠한 습관이라 하더라도, 효율적이고 괜찮은 방향으로 줄일 수 있다.
적분(積分) : 나눈 것을 쌓아 올린 것. 수학의 적분도 같은 한자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