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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활력을 향한다.

죽고 싶은 마음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잠식당한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되곤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은 왜 생기는 걸까요? ‘살고 싶다’는 마음은 생명체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왜 어떤 이는 자꾸만 죽고 싶다는 마음에 잠식당하게 되는 걸까요? 이는 베르그손이 말한 몸의 기능, 즉 ‘우리의 몸이 외부 대상들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질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외부 대상들은 내 몸의 작용력 증가나 감소에 따라 정돈된다내 몸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은 그들에 대한 내 몸의 가능한 행동을 반영한다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베르그손이 말하는 ‘작용력’은 활력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러니 베르그손의 말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겠죠. 우리 주변의 외부 대상(친구·선생·부모·직장·음악·운동…)들은 내 몸의 활력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에 따라 정돈된다. 이는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사람, 음식, 공간 등등의 외부 대상들은 우리네 삶에서 어떻게 정돈될까요? 즉,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만나지 않고, 어떤 음식을 먹거나 먹지 않고, 어떤 공간에 가거나 가지 않게 될까요?     


 우리 몸의 활력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정돈될 겁니다. 우리의 활력을 증가시키는 사람·음식·공간을 가까이하고, 활력을 감소시키는 사람·음식·공간을 멀리하게 됩니다. 즉, 우리의 몸은 수많은 외부 대상 중 우리에게 기쁨(활력 증가)을 주는 대상을 취하고, 슬픔(활력 감소)을 주는 대상을 기피 하려는 경향성을 가집니다. 그 경향성을 통해 외부 대상(친구·선생·부모·직장·음악·운동…)들이 정돈되게 마련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자연스러운 삶이란?

      

 자연스러운 삶이란 무엇일까요? 몸의 기능에 충실히 따르는 삶입니다. 즉, 자신의 활력을 북돋는 존재를 가까이하고, 그것을 감퇴시키는 존재하는 멀리하는 삶입니다. 이제 우리는 죽고 싶은 마음의 정체를 알 수 있지요. ‘죽고 싶다’는 마음은 활력이 0에 수렴하는 상태죠. 삶의 활력이 점점 줄어들어 0에 수렴해 갈 때 자꾸만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바로 부자연스러운 삶입니다.      


 싫은 공간(직장)에서, 싫은 사람(사장·상사)들과 싫은 음식(회식)을 먹는 삶이 이어질 때, 활력은 점점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때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겁니다. 즉, 몸의 작용력(활력)을 떨어뜨리는 존재들 곁에 있으니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죠. 쉽게 말해, 죽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몸의 기능(기쁨 선택, 슬픔 기피)이 작동하지 못한 한 결과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듭니다. 기쁨(자연스러운 삶)을 가까이하고, 슬픔(부자연스러운 삶)을 멀리하는 방식으로 외부 대상이 정돈된다면, 우리는 왜 부자연스러운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부자연스러운 삶은 필연적으로 슬픔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좀처럼 자연스러운 삶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걸까요? 베르그손의 말을 빌리자면, “내 몸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은 그들에 대한 내 몸의 가능한 행동을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난해한 말이 아닙니다. 술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가 술을 먹든 안 먹든 그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가능한 행동들 속에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책이나 운동기구에 둘러싸여 있으면 내 몸은 공부나 운동이 가능한 행동을 반영하게 마련이죠. 쉽게 말해, 우리의 몸은 외부 대상에게 적응한다는 겁니다. 이제 왜 부자연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지 답할 수 있죠. 우리의 몸이 부자연스러운 외부 대상에게 적응해 버리기 때문이에요.     



활력적인 삶을 사는 법


 싫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내 몸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한 행동(험담·우울증)들 속에 있게 됩니다. 직장은 우리의 활력을 감소시키지만, 그 직장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가능한 행동들(과로·눈치보기·시기·질투·경쟁·아첨…)하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삶의 활력이 0에 수렴해 갈 즈음,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죽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 활력적인 삶을 사는 방법은 간명합니다.     


 능동적으로 외부 대상을 정돈하기. 활력을 떨어뜨리는 외부 대상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활력을 증가시키는 외부 대상 곁으로 다가서면 됩니다. 좋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내 몸의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가능한 행동(선물·헌신·감사·사랑·우정)들 속에 있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 속에서 가능한 행동을 마련하게 되니까요. 그 선순환 속에서 몸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작동시킬 때 우리는 활력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술에 둘러싸여 있으면 술 마실 수 있는 가능한 행동들 속에 있는 것입니다. 책이나 운동기구에 둘러싸여 있으면 내 몸은 공부나 운동이 가능한 행동을 반영하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싫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내 몸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한 행동(험담·우울증)들 속에 있게 되고, 좋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내 몸의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가능한 행동(선물·사랑)들 속에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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