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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느끼게 된다.

감정, 지각, 행동 상관관계

 

 ‘감정(정념)’, ‘지각’, ‘행동’ 지금껏 베르그손이 논의한 인간의 중요한 세 가지 특징이에요. 이 세 가지 특성이 서로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면서 각각의 특성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어요. 베르그손에 따르면, ‘감정(정념)’보다 ‘지각’이 더 근본적이고, ‘지각’보다는 ‘행동(운동)’이 더 근본적이에요. 이를 도식적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아요.               


                                                 

 인간의 중심에는 ‘행동’이 있었어요. 그 ‘행동’을 통해 ‘지각’이 생기고, 이를 통해 ‘감정’이 촉발되는 거죠. 인간의 ‘지각’과 ‘감정’은 모두 근본적으로 ‘행동’으로부터 발생하게 되는 거죠. 즉,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행동’인 거죠. 일상의 예로 설명해 볼게요.      


 큰 미술관에 들어섰다고 해봐요. 저 멀리 네모난 뭔가가 있어요. 그때 우리는 그것을 ‘지각’할 수 없죠. 그것을 ‘지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 대상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야겠죠. 그 ‘행동’이 충분해져서 그 대상과 가까워지면 ‘그림이구나’라는 ‘지각’이 발생하게 되죠. 그리고 그 그림의 색과 선을 느낄 수 있는 거리까지 가까이 다가서면 비로소 ‘아, 진짜 아름답다’라는 ‘감정’이 발생하게 되죠.      



‘지각=가능적 행동’, ‘감정=실제적 행동’

   

 이처럼, ‘행동’으로 인해 어떤 대상을 ‘지각’하게 되고, 그 ‘지각’으로 통해 특정한 ‘감정’이 촉발되는 거예요. 이를 통해 우리는 ‘지각’은 ‘가능적 행동’을, ‘감정’은 ‘실제적(결정된) 행동’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저 멀리 길쭉한 뭔가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게 뭔지 확인하려고 그 대상 쪽으로 걸어갔어요. 가까이 가서 보니 엄청나게 큰 뱀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뱀이 우리 쪽으로 갑자기 튀어오길래 깜짝 놀라서 도망쳤어요.      


 이 상황이 ‘행동→지각(가능적 행동)→감정(실제적 행동)’을 보여주는 사례죠. 걸어가서(‘행동’) 길쭉한 어떤 것을 뱀이라고 ‘지각’했고, 그 때문에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을 다시 곰곰이 살펴봅시다. ‘행동’해서 뱀을 ‘지각’했죠? 그 ‘지각’의 순간에 여러 가지 ‘가능적 행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 뱀인지 확인할지, 나뭇가지를 꺾어 뱀을 건드려볼지, 뱀을 발로 밟아버릴지, 도망칠지 등등 여러 ‘가능적 행동’이 마련되겠죠.      


 그런데 계속 그 ‘가능적 행동’ 상태에 머물게 될까요? 그렇지 않죠. 갑자기 뱀이 우리한테 탁 튀어오는 순간, 우리는 뒷걸음질 치며 도망하게 되죠. 즉 여러 ‘가능적 행동’ 중에서 하나가 ‘실제적 행동’으로 결정되는 거죠. 이는 바로 우리가 공포나 혐오 등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과 동시적인 사건이죠. 뱀이 지각할 수 있는 거리보다 우리에게 가까워져서 ‘감정’(공포·혐오)느끼게 되는 순간, 뒷걸음질 치는 ‘실제적 행동’이 결정되는 거예요.


                                                           

행동, 지각, 감정은 거리의 문제다.


 ‘행동→지각(가능적 행동)→감정(실제적 행동)’은 대상과의 거리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대상과 너무 멀리 있으면 ‘행동’해야 하고, 그 ‘행동’으로 인해 대상과 가까워지면 ‘지각’하게 되고, 그 대상과의 거리가 0이 되면 ‘감정’이 촉발되는 거예요. ‘감정’은 신체와 대상의 거리가 0인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예요. ‘신체-대상’의 거리가 0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들고 그 ‘감정’이 곧 결정된 ‘실제적 행동’인 거죠.    

  

 그런데 그 뱀이 갑자기 나한테 탁 튀어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 대상이 나에게 가까이 붙는 거잖아요. ‘지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딱 붙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공포, 혐오 등의 감정이 확 들어오죠. 그건 ‘실제적 행동’이잖아요. 그래서 ‘감정’을 신체와 대상의 거리가 0이 된다고 정의해요. 그때 나타나는 ‘감정(공포·혐오)’이 곧 ‘실제적 행동(뒷걸음질)’인 거죠.      


 우리가 무엇을 ‘지각’만 했을 때는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대상과 ‘나’의 거리가 0이 될 때는 ‘가능적 행동’이 아니라 ‘실제적 행동’이 되는 거예요. 우리 몸에 뱀이 딱 붙었는데 무덤덤하게 ’어, 왔네? 붙었네?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만 할 수 있나요? 그렇게 못하죠.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거나, 팔로 뱀을 쳐내는 등의 ‘행동’을 하겠죠. 그 자체가 ‘감정’이잖아요.      


 멀리 있는 연인에게 가까이 가면 ‘어, 남자 친구다’라고 ‘지각’하고, 그보다 더 가까워져 연인과 거리가 0이 되면 키스나 포옹을 하게 되겠죠. 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촉발되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림을 보는 것도 그래요. 멀리서 보면 그림인지 모르다가 가까이 가면 ‘그림이구나.’하고 ‘지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그림의 색과 선을 느끼는 거리까지 들어가고, 더 나아가 어느 순간까지 더 들어가면 심리적 거리가 0이 되었다는 순간이 느껴져요. 그때 울컥해요. 그 심리적 거리가 0이 되었을 때, ‘감정’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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