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응, 원래 그래. 그게 왜 그냐면, 그러니께 이게 엄청 복잡시럽고 변수가 많은게 이 쪽 세상이걸랑. 일단은 그니께 최선적으로다가 간단하게 표현혀서 이승이랑의 빚청산이 대략적으로는 좀 끝나야 구천을 뜰 수가 있는겨. 대부분은 죽으면 쉽게 뜨지만 이승에 뭔가 붙잡는 것이 있으면 저쪽으로 쉽게 못 넘어가는거걸랑. 근데 뭐 그것도 일반적인 케이스고, 한주 같은 경우는 그니께 스무 해를 살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시마이 했잖애. 그러면 뭐가 걸리는게 드럽게 많아. 일단 공식 명부 불복종해서 스스로 사망진단을 때려버렸응께 장부에 없어. 장부에 올라야 뭐 재판을 처 받고 지옥을 몇 바퀴 뺑이칠건가 이런 견적이라도 나오는데 말이시, 그 명부에 조차 없단 말이야. 그래서 그 명부에라도 처 오를라면 또 이 마당에서 좀 더 드러운 짓을 해야지만 지옥행을 탈 수 있걸랑. 옵션에 천국은 애시당초 없응께. 걔한테는 지금 지옥행이라도 타는게 최선잉께. 안 그랬다간 끝도 없이 이도 저도 아닌데서 혼자 심심해 처 죽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어야 한당께. 그래서 한강 근처 가면 껄쩍대는 것들이 하도 많아서리 매년 한강이 그리도 얼어쌌는거여.”
‘악…’
“거참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민망시럽구로 신선하게도 놀래쌌소 거…”
주정뱅이 영이 정신도 없는데 아침부터 나타나서는 예약도 안 되어 있던 저승 룰 강의를 해대고 있다.
‘아우… 아저씨 말구요. 저 인간.. 아니 저 변태새끼는 왜 달고 왔어요 또!’
얼마전에 본인이 직접 사냥해 죽인 변태령을 달고 온 탓에 윤조가 소리를 지를 뻔 했던 것이다. 어느새 교탁 근처로 가서 시원하게 아랫도리를 까고 섰지만 알아보고 인상을 쓴 것은 앞줄의 성숙이 뿐이었다.
‘아니 그래서 지금 걔가 지옥행 탈라고 뭔 짓을 하고 있단 거죠? 맞죠?’
“아직은 애매혀. 좀 더 급해지면 또 모르지… 보니께 오락가락 하는거 같어. 원래 지 영리목적을 취할라면 어제 같은 경우에 그러니께 그 임신한 처자 걔가 죽으면 얼씨구나 하나 채웠고 이랬어야 맞걸랑? 근데 걔를 지금 살려냈잖여. 아 맞다. 그 보다도 내가 그니께 여기 온 이유는 그 자식 어딨냐. 내가 걔 사수로 엮여 있어서 그 자식이 사고 치면 나도 아주 골치아프당께. 빚진게 있어 씨알도 안 먹히지만 어쨌거나 나도 이 지긋지긋한 곳 얼른 뜰라면 걔 백 일 까지는 사고 안 치게 잘 봐야 한다마시…”
‘무슨 귀신이 나 한테 묻고 그래요. 걔가 어딨는지 쯤은 저절로 알아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언제는 잘만 붙어 댕기더만…’
“그게 문제라니까. 자살령은 죽은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엄청난 악귀가 되어 가. 얘도 이미 반쯤 그리 된거여. 그러니께 나 같은 잡귀랑은 상대가 안 된다고. 나 보다 센 놈은 내가 냄새를 못 맡아… “
‘… 귀신도 계급이 여러가지군요. 역시 평등한 사회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거였어. 어쨌건 여긴 아직 안 왔어요. 좀 가줄래요 이제? 나도 공부란 거 좀 하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정뱅이 영은 달고 왔던 변태령 까지 끌고 사라진 후였다.
똑똑똑…
귀신들이 사라지자 이번엔 산 인간 하나가 찾아와서는 책상을 두드리고 섰다.
“꺼져라… 너 방금 내가 귀신이랑 떠드는 거 봤지? 이제 공부하게 산 자는 그만가라.”
“… 이 마당에… 그래도 공부는 하게?
그래도 살게?
살고는 싶은가보지? 지금 벌려져 있는 것들을 수습 못 하면 그깟 공부가 문제가 아냐.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남의 몸뚱이 속에 든 그년 옆에 앉아 있다고…”
“… 그래서…?
대체 그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학생 신분인 내가 기어나갈 수도 없고… 어쩌란건데.”
“… 아까 화장실 가는데… 거울에 보였어. 대충 어딨는지 알아. 점심시간에 나가자.”
“… 가서?”
“3일까진 위험해. 그 놈이 네 옆에 없으면 찾아서라도 불러. 손에 들어온 행이라 놓치기가 아쉬워서 계속 고민중일테니… 세 개를 주워야 하는데 하나가 지금 들어올 판이니까…”
“… 세 개…라니? 자꾸 맨날 스무고개 집어치우고 다이렉트로 좀 말해보라고. 이 무당 인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