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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신곡2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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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le Nov 28. 2024

05. 가라앉기를 기다려라, 무엇이 그토록 탁하였는지

(24)

“답답항께 그라제. 대체 금마가 어딨는지… 이젠 내 공력으론 한 개도 안 보인다니까. 아주 위험해. 

그라고 있는데 저 돋보기 꼬마가 뭐 좀 아는듯 하여… 아 내가 한 번 들어갔었던 몸이라 우리는 아주 그냥 밀접하니 연관이 되어 있걸랑. 저 꼬마를 듣고 느끼는 건 아주 쉽제 이제.”


“어디 있는지는 아는데… 지금 학교에서 나가는게 관건이라…”


분명 성숙이 말하는 중이었는데 급하게 하강하는 엘레베이터를 탄 양 머리가 잠시 멍하더니 정신을 차리자 어느 병원 복도 독실 앞이다.


“아주 그냥 전형적으로다가 가방끈 짧으시고 성질 댑따 급한 그런 아저씨라니까…”


옆에서 성숙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둘은 얼떨결에 눈 앞에 있는 병실 앞 입원 환자 성명란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 미라’


“조 미라?? 흠…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 이름으로 들어왔을까? 일단 수연이 이름으로 들어와 있겠지? 사고 당한게 걔니까… 일층 접수 쪽에 가서 물어야 하나? 어디서 찾아야 하니?”


윤조가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성숙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야, 뭐야. 이름 안 봤어?”


“여기 분명히 있어… “


성숙은 먼저 앞장 서서 성큼 들어서자 마자 버럭 호통을 쳤다.


“당장 그 손 떼!! 

안 돼! 그런 짓 하면… 이미 혼을 빼 돌린 것 만으로도 수습이 안 되는 판에 슬쩍한 혼을 네가 집어 삼킬 작당까지 하는거냐! 당장 물러나!세 개의 혼을 집어 삼키면 다시 살 수 있는게 아니야! 그 후엔 끝도 없이 떠돌며 죽을 수도 없이 살아야 해! 그러니 시작하지 말거라…제발… 안아준 적 없어도 품었던 에미니라. 그러니 내 말을 제발 들으렴.”


흔들리는 동공 옆으로 가시나무 같은 핏발이 잔뜩 선 눈을 하고 잔뜩 잠겨들어가는 쉰소리로 읍소하고 있는 것은 그 바다에 빠져 죽은 산모령, 한주의 생모인가 보다.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한참 하는가 싶더니 성숙은 철퍼덕 소리를 내며 병실 소파에 던지듯 앉아 갑자기 기절한듯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쟤 기면증이야?”


알아들어 보려고 애를 써도 감이 잡히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던 윤조는 갑작스럽게 잠을 자기 시작하는 성숙을 보자 기가 찼다.


“오버하기는…

별로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지간히도 걱정이었나 보군. 그렇게 약해 빠졌으니 살아서도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 받았겠지… 


아… 쟤? 돋보기? 걱정마. 그냥 잠깐 저러는거니까. 아직 신내림도 제대로 안 받은 올챙이 무당인데 너무 센 원귀가 자꾸 들락거리니까 쟤도 죽을 맛일거야. 뭐 어차피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있는 팔자도 아닌게 문제지만. 원래 무당들은 세습이라 계약만큼 일 안 하면 죽을수도 없거든….”


끝도 없이 긴 다리를 거미처럼 다른 쪽 다리에 두 번이나 감은 채 여전히 혼수상태인 듯 보이는 수연 아니 미나 옆에 걸터 앉아 표정도 억양도 없이 조용히 읊조리는 한주를 보았다. 


“별 건 아니고…

일단은 이식이 잘 되었나 결과를 궁금해 하는 외과의 같은 심정이었달까? 의사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곧 깨어날거라고 하더군. 문제는 깨어나고 난 후거든. 누군가가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한 인스트럭션을 저 돌대가리한테 브리핑을 할 필요성이 있다.이 말이지. 아… 어차피 몸뚱아리 전체는 전주인 것을 쓸거니까 이해력이 좀 향상되었을라나?”


“글쎄다… 수연이도 뭐 그닥 머리가 좋았던 것 같진 않은데… 어쨌거나… 그런데, 원래 이런 경우엔 기억을 다 잃어야 하는거 아냐? 대충 영화나 책 같은데 보면 기억 상실증이 무척 흔하더만.”


“아니, 제대로 등록된 죽음이었는데 아예 재판정 까지 갔다가 복권 맞아서 다시 리턴. 이런것 빼고는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지. 너도 들어봤을거 아냐. 어디서는 황천이라 부르고 어디선 요단강이라 부르는 그 하천을 건너면 이승과 저승이 나뉜다고…

일단 그 강의 정식 이름 따위는 없고 그냥 강이야. 강이라고 하면 이쪽 세계에선 다 그 강인 줄 알아. 그 강을 건널 때 강 전체를 감싸면서 피어 오르는 수증기 냄새를 맡아. 코가 따가울 정도로 알싸한 향인데 살아서는 그 비슷한 냄새조차 맡은 적 없지. 그걸 한참 맡으면서 건너는 동안 너는 잊은 줄 알았던 사소한 모든 기억들을 하나 하나 만난다. 그리고 그게 영영 이별이야. 다시는 기억할 수 없게 되기 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거지. 그러고 나면… 넌 영영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어. 아! 가끔 티벳이나 네팔에서 고승이 죽었다가 옆 동네 꼬마로 태어나는 그런 일? 그건 그 강이 있는 곳 근처에 그 동네들이 있는 것과 관련이 있지. 고승들은 강의 중간에 도망칠 수 있는 지류를 알고 있어. 지류 밖의 동굴에 숨어 있다가 운이 좋으면 마침 세상을 향해 떠나는 배에 밀항을 하는거지. 그들은 상행과 하행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인간들이거든. 죽은지 49일을 넘기기 전에 숨었다가 인간계로 내려가는 하행을 몰래 타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런 식으로 그들은 몇 세기 동안의 비밀을 축적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에 몇 몇이 그걸로 걸려서 히말라야 중턱에 영원히 감금되었지. 히말라야 곳곳에 썩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시체들 중 반은 그런 불법자들이야. 산 타다가 죽은 인간만 있는게 아니라고. 아참! 그 죽어라고 히말라야 올라가는 그런 인간들도 다 죽음을 거치지 않고 다음 세계로 넘어가 보려는 자들이야.


어쨌건 얘는 지금 그 강 근처도 안 간거라 생생히 다 기억해. 아마 뱃속에 아기부터 찾고 난리떨거다. 원하지 않던 생명이 생겨서 제 생명 끊은 것은 건너 뛰고 꼴에 갖고 있는 모성애 펼치고 난리일거라고. 그러기 전에 이 상황을 누군가가 빠르고 간결하게 설명을 해줘야 해.”


“… 뭘 구찮게 사설을 늘어놓고 그럴거 뭐 있어. 그냥 한 번 담궜다 빠지면 저절로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구만.”


그러고 보니 한참 안 보이던 주정뱅이 영이 그새 옆에 붙어 서 있었다.


“아저씨 왜 데려다만 주고 사라졌던거에요?”


“몰라서 묻소? 내가 잔뜩 빚진 여인네가 저기 돋보기한테 들어왔었잖어. 눈에 띠면 또 아주 그냥 볶인다니까… 

그나저나 내가 사수걸랑? 그런데 아주 용하게시리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안했는디 나보담도 더 많이 알어 그새. 역시 사람은 배워야 혀!”


“아저씨, 지금 그런 쓰잘데기 없는 소리나 할 때에요? 하도 여기저기서 저 퍼런 놈이 아주 위험하다 하니까 아저씨가 쟤 데리고 얼른 좀 어디 가세요. 미나 깨면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산 사람인 제가 어떻게든 썰을 풀어 볼테니까…”


“그려?

뭐 우리야 그래도 상관 없소만 처자 담임이 한 20분 있다가 찾아쌀 예정인디 그건 우째 개안컷소?”


“너 요즘 수상쩍어서 오늘은 담임이 이후에 너네 아빠한테도 전화할 예정임.”


한주까지 한 마디 더 거들자 병실에 지키고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걱정말고 가. 내가 딱 이 놈아 옆에 붙어 있을라니께. 귀신이 되면 마음은 있어도 심지라는게 없어지거든. 나도 나를 못 믿게 되지. 그러니 내가 옆에 잘 지키고 있겄소. 동무 걱정은 말고, 저기 저 돋보기 끌고 어여 갈 채비 되면 말허소. 아까 그 쓰레기통 옆에다가 고이 모셔 줄테니께.”


하는 수 없다. 그제사 정신이 좀 돌아온 듯 일어나자마자 소중하게 안경을 닦고 있는 반 봉사 성숙의 팔뚝을 잡았다가 눈을 뜨자 종 치기 5분 전 소각장 앞이다.


“그냥 오면 어쩌자는거여.”


“한 시간 가까이 내리 잔 주제에 어디서 깨자마자 성질이야. 그 술쟁이 아저씨가 같이 있기로 했어. 그리고 걔 깨면 상황 설명도 해야한대.”


“그 아저씨도 뭐 그닥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자는 하면 안 되는 짓 정도는 아니까… 냅둬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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