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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Apr 07. 2024

그냥 하는 사람들

그냥 하는 10대에게서 배운 것

  7년 동안 청소년 진로교육을 하면서 많은 중, 고등학생들을 만났다. 북한보다 더 위에 있는 학교부터 땅끝 마을 해남과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버스와 기차,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 1년에 최소 100번 이상은 강의를 했으니 7년 동안 700번 이상의 강의를 했다. 한 반에 30명으로 치면 21,000여 명의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냥 하는' 사람들이었다.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시도하고 탐험하는 모험가들이었다.

  홍대 근처의 한 고등학교 진로 강의에서 만난 예비 고3 학생이 제일 기억난다. 수업을 할 때 자연스레 유튜브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어떤 유튜버를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궁금한 게 생겨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혹시 우리 반에도 유튜버가 있어?


  한 학생이 약간 쑥스러워하며 손을 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마지막 겨울방학 때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유튜브의 주제는 게임 '롤'이었다. 이 친구가 대단했던 게 매주 최소한 한 개의 영상은 꼭 올리자는 약속을 꾸준히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구독자가 전혀 늘지 않았지만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2년이 되자 어느새 구독자는 꽤 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구독자가 3만 명이었다. 그리고 지난달에 조회수가 잘 나와서 300만 원 정도의 유튜브 수익이 생겼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약 100주 동안 매주 1개의 영상을 올렸으니 100개의 영상이 채널에 쌓여 있었다. 

 100번의 꾸준한 시도 덕분에 3만 명의 구독자와 300만 원의 한 달 수입이 생겼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굉장한 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을 한 보물 같은 경험이 생겼다. 이 친구는 예비 고3이니 채널을 잠시 접고, 입시에 집중할지 혹은 채널을 계속해서 운영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대신 호기심을 지니고 질문을 건넸다. 


OO야, 지금 네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건 어떤 거야?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싶어?


진지하게,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고민을 하던 그 학생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내서 계속 고민하다 보면 해답으로서의 삶을 어느새 살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학생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매년 많은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그 학생의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2년 정도가 지난날이었을까, 홍대에서 약속이 있어 그 학교 부근을 왔었다. 그때 만났던 그 학생이 기억났고, 유튜브를 계속하는지 궁금해서 그 친구의 유튜브 채널에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출처 : 유튜브


  그 친구는 이후로도 유튜브에 매주 영상을 올렸다.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은 더 좋아졌고, 어느덧 4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되었다. 또한 샌드박스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두렵고 불안함이 들더라도, 자신이 더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그냥' 계속했던 것이다. 



 피겨여제 김연아의 말이 생각났다.

출처 : 유퀴즈 온 더 블럭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그 학생은 그냥 하는 사람이었다. 미래가 막막하고, 현실이 갑갑해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하고 싶은 것을, 잘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서 그냥 하는 모험가였다.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독이 될 때가 있다. 그 생각들은 무거운 짐이 된다. 하지 못할 이유가 되어버린다. 그냥 하다 보면 생각보다 할만해진다. 근육이 생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짐들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더 잘해진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이니까. 누가 말려도 시도하고, 탐색하며,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니까 말이다.  

 우리의 진로를 만들어가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실험'과 '실행'이다. 나이키의 오랜 슬로건이었던 'Just do It'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그냥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자기에게 다가온다. 10대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청소년 진로교육을 하다 보니 10대가 계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멋지고, 오히려 영감을 얻고 배우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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