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알이 아기를 키울 때의 일들

프롤로그

by 이보소

아기도 다 안다.

그렇다. 옹알이 아기라고 모를 리 없다. 웃으면 따라 웃고 짜증을 내면 더 크게 울어버리는. 말은 못 하지만 감정은 선명한. 신기한 건 어른이 된 지금, 옹알이 때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의 어느 때보다 감정을 극명히 드러냈지만 기억에는 없는 그런 신기함.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옹알이 시절 받았던 사랑이 기억에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가끔 삶이 외로워지면 옹알이 때 사랑을 조금씩 꺼내보는 것도 좋을 텐데. 그럼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어렸을 때 넘쳐났던 순수를 잃고 열정을 잃고 여유를 잃는다. 잃음의 속도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슬며시라 잃어버리고 있음을 눈치채기도 어렵다. 리고 그 자리는 현실과 냉정, 바쁨이 대신한다. 또한 서서히 그리고 스리슬쩍.


잃어버리는 것들 중에는 옹알이 때의 전폭적인 사랑도 있다. 듬뿍 받았던 사랑의 추억이 머릿속에 없다는 것. 슬픈 일이다. 소중한 나의 아기는 아빠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중에 아기가 커서 옹알이 시절을 물어본다면, 그땐 그랬지- 아마 이랬을걸- 그랬었지- 같은 불투명한 답을 주고 싶진 않다. 아기에게는 슈퍼맨이자 척척박사님이 되고 싶은지라 지금 이 순간을 잘 간직하고 있다 훗날 선명하게 전달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힘에 부쳐 슈퍼맨은 보통 시민으로 귀할지라도 힘이 닿는 한 아기만의 영웅 자리를 지키고 싶다.


아기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싶기에 아들을 향한 순백의 마음을 기록하기로 한다.


옹알이하다.

직 말을 못 하는 어린아이가 혼자 입속말처럼 자꾸 소리를 내는 말을 뜻한다. 후 2~3개월이 되면 옹알이를 하기 시작한다. 치아가 없는 잇몸으로 아랫입술을 문 채 앞푸압뿌. 팔과 다리를 파닥파닥 하며 옹알옹알. 절정의 귀여움을 그대로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기의 몸짓은 '아빠- 난 행복하게 살 거예요'라는 세상의 외침처럼 보인다. 자의적인 해석과 함께 아기를 바라보는 시간. 행복의 시간이다. 매일매일이 행복할 때가 있었나. 아기라는 존재는 매일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감사함이자 삶의 큰 선물이다.


백일 즈음부터 아기는 본격적으로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다. 옹알이 아기를 키울 때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하나가 새롭다.


새로움 하나.

모빌과 대화를 한다. 국민 모빌이라 불리는 타이니 모빌을 앞에 갖다 주면 한동안 쳐다본다. 그리고 옹알이를 시작한다. 그냥 누워 있을 때보다 확실히 옹알거림이 많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타이니 모빌만 보면 옹알옹알린다.


어쩌면 모빌은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를 즐겁게 해 주니깐. 모름지기 친구란 즐거운 존재이지 않은가.


모빌과 옹알이를 하는 사이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부자 사이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의 시선에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러려면 타이니 모빌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 여러 모빌 중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 타이니 모빌로.


새로움 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빈도가 많아진다. 옹알이가 많아지면서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품에 안기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세상에 관심이 많아 요즘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영상 통화도 흥미가 떨어졌다. 신생아 때는 핸드폰 속 액정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이제는 계속 두리번 두리번이다. 오히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핸드폰에 대고 재롱을 떠신다. 처절한 재롱 잔치 대비 아기는 철저히 외면할 뿐이다. 쩌다 화면을 바라보면 눈을 마주쳤다고 좋아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렸을 때는 큰 산이었는데 지금은 귀여우시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근황을 사담 비중도 늘어났다. 전에는 무조건 아기 이야기만 했는데. 아기가 더 크면 지금의 영상통화는 다시 일반 통화가 되겠지. 일반 통화를 할 때까지만이라도 이 세상 저 세상을 많이 구경시켜 주려 한다. 여기저기 두리번대는 아기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안경이 되어줘야겠다.


새로움 셋.

목소리가 부쩍 커진다. 한참 안고 있다가 팔이 아파 바닥에라도 내려놓으면 싫다고 소리를 지른다. 언제 이렇게 소리가 커졌는지. 불편하게 안는다 싶으면 몸을 뻐팅기고 발버둥을 친다. 이 되면 잠투정도 다. 잠투정이 꽤나 심해 악을 쓰기까지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악을 쓰는데 쉽게 잠들지도 않는다.


수면교육을 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그간 수면 교육은 엄마 아빠가 편하기 위한 무자비한 교육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잠자는 것도 가르쳐 줘야겠다 싶다. 하나하나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 부모의 역할이 이런 건가 보다.


옹알이 아기 키울 때의 일들.

앞으로 이 글의 이야기다. 옹알옹알하는 것이 대화의 전부인 요즘이지만 젠가는 옹알이가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그리움이 아쉬움이 되지 않도록 아낌없이 사랑을 해야겠다.


뒤집기를 겨우 하고 배밀이는 어색한, 아직 엄마 아빠를 말하지 못하는 백일 지난 남자 아기 이야기. 이런저런 아들의 옹알옹알 이야기를 아빠가 옹알옹알 거려 보려 한다.


배 속에 있을 때 사놓은 첫 신발. 신발이 딱 맞을 때쯤이면 옹알옹알 거림은 옛날 일이 되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