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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ug 14. 2023

여기만 아니라면

#1. 회피형 이직과 물결들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 회피형 이직과 물결들



연봉 추이 (추정)

- 3년 차 5,500만 원

- 4년 차 3,000만 원

- 14년 차 7,000만 원



포인트

대안이 아닌 회피형 이직에서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는 있을까




어릴 때는 사회에 대해 입체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이상이 많던 대학 생활과 희망회로들을 주입하는 신입 연수 같은 것을 받고 나면 사회에 대한 감각은 오히려 더 무디어집니다. 회사는 비용을 쓰면서 직원들이 회사 일에만 몰입하게 만들어 버리고 사회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찾고 발전시키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대응이 더 어렵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이 분은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동료였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입체적으로 커리어를 인식하는 부분이 부족해서 훗날 조금의 후회를 남겼습니다. 같이 일하는 상사가 바뀌고 엄청난 양의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면서 감정적으로도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돌연 사직을 한 케이스입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상황을 겪었으니까요. 여기서 여러 결정을 할 수 있었지만, 이 분은 '존버' 하지 않고 즉시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졌습니다. 회피형 이직의 결과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 슬슬 염증을 느끼면서 주변 포지션들을 알아보고 거기서 요구하는 역량에 자신을 대어 보는 작업을 하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근거 자체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친구는 일만 했습니다. 밤낮없이 일만 했죠. 그리고는 워라밸을 찾기 위해 주변 지인을 통해 새로 생겨서 사람을 찾고 있는 작은 회사에 면접을 봅니다. 사장은 워라밸을 약속했죠. 대기업 출신의 이 직원이 실무를 봐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워라밸에 대한 약속과 함께 회사의 여러 비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전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연봉은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금액을 제안했죠.



성격이 맞지 않는 상사와 극악의 워라밸. 그리고 연봉. 이 둘은 서로 얼마만큼의 대체 비율을 만들면 좋을까요? 얼마나 연봉을 희생하면 상사와 워라밸을 개선하는데 동의할 수 있을까요? 이 정답이 없는 문제는 많은 고민을 수반합니다. 과연 새로운 직장에 이상한 사람이 없고 워라밸이 정말 좋을지는 말 몇 마디로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여기서 매일매일 불타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장 연봉 얼마 정도 감수하는 것이 일도 아닐 거라는 감정적인 판단이 우선됩니다. 하지만 그 금액이 너무 크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처음에는 아끼면 되고 칼퇴를 하면서 남은 저녁 시간에 뭔가를 더하면 그 정도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캐보다 더 시간당 수입이 나은 부캐를 만드는 작업은 드물고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더군다나 다음 이직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연봉을 낮추면서 그다음 이직할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지금보다는 더 좋지 않을 직장으로 가는 것은 정말 연봉 하락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 분은 이 이직을 통해 3년 차에서 4년 차로 넘어가는 시점에 연봉이 5,5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7,000만 원 수준이 되었습니다. 3년 차 연봉대비 14년 차인 지금 연봉이 아쉬운 금액일 수밖에 없죠. 얻고자 했던 동료와 워라밸은 환경이 계속 바뀌면서 그리 좋아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꼰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젊꼰이 있는 것이고, 그때 강제적인 야근이 있었다면 지금은 생존을 위한 야근이 있는 것이죠.



한 번의 이직은 그다음 물결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준점과 나의 수요에 변화를 일으키죠. 당장 연봉이 줄어든 이 분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줄어든 연봉으로는 가정을 너끈하게 꾸리기가 어렵죠. 그래서 빠르게 다음 이직 자리를 찾게 되고 워라밸 극악의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 00% 더 높인 연봉으로 이직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0000만 원이 아니라 00%라는 것이죠. 연봉이 낮으면 같은 20%라고 해도 금액 차이가 많이 납니다. 6,000만 원의 20%는 1,200만 원을 의미하지만 4,000만 원의 20%는 800만 원이죠. 뭐 한 달 급여로 나누고 세금 떼면 몇 만 원 차이 안 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몇 만 원 아끼자고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의 삶입니다. 아쉬울수록 이 회사든 저 회사든 더 안 좋은 조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분은 연봉이 줄어들게 된 그 결정을 지금 후회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커리어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새로 투자금이 모이는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으로 여러 번 이직하면서 지금은 연봉은 비록 만족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과정 가운데 많은 경험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있었던 대기업에 지금까지 다니고 있었다면 알지 못했을 기술과 노하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스스로 다시 워라밸을 잃어가면서 경쟁력을 강화시킨 결과겠죠.



이제 와서 그때 첫 이직의 경험을 회고해 본다면

평소에 이직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와 적합한 자리에 대해 탐구하고

너무 낮은 연봉의 이직처로는 절대 이직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이 너무 힘들어도 확신이 든 결정이 있을 때 이직하겠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는 합니다.



사람마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가치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치 정립이 모호한 상황이라면 이 사례가 몇 번의 선택이 커리어의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당신의 삶에서 좋은 조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IP] 평소에 이직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제가 생각하고 행동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정성스럽게 디테일을 살려서 링크드인, 원티드 같은 채용 플랫폼에 올려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저란 상품이 포장되어 진열대에 올라간 것이고 곧 수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직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수요 확인을 하는 것이므로 적극 추천 드립니다.


헤드헌터에게 오는 연락에서 제안받는 포지션

'AI 추천' 등 플랫폼 자체 제안에서 나오는 포지션


이상 두 가지로 현재 시장에서 내 상황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처음 올리고 나서 가장 처음 메일이 온 곳이 제 생각과는 너무 다른 곳이어서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제가 원하는 시장에서 포지션의 JD(Job Description)를 읽어보고 거기서 원하는 경력 요건과 유사한 업무를 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서 옆 방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해보았고, 이후 계속적인 포지션 제안마다 점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원하는 포지션과 보상 수준에 비교적 와 있습니다.


결국 시장에 나를 내놓지 않으면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없고 현재 다니는 회사의 평가나 평판에 의해 현재 회사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면접을 가서 면접을 보는 것도 굳이 갈 마음이 없는 회사라도 해 보는 게 낫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무엇에 주목해서 서류를 통과시켰는지, 무엇을 검증해보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 좋은 피드백이 되기 때문이죠. 저도 상당히 많은 회사의 면접을 보았고 최종 합격 후 가지 않은 회사도 여럿 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처럼 '1승'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섣불리 포지션을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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