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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ug 28. 2023

글라이딩을 할 때는

#3. 원 클럽 맨(One-club Man)의 경쟁력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3. 원 클럽 맨(One-club Man)의 경쟁력



연봉 추이 (추정)

- 10년 차 7,500만 원

- 20년 차 9,500만 원

- 24년 차 8,000만 원



포인트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존버'는 가치가 있는가




커리어에 잘 나가는 시기도 있고 잘 나가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 순탄하지는 않죠. 누군가가 강제로 끌어주는 게 계속되는 경우 - 백두혈통, 끈끈하면서 변치 않는 선배 - 가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잘 나갈 때와 못 나갈 때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인정은 미래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할 이 분 역시 잘 나갈 때와 못 나갈 때가 커리어에서 분명한 분입니다. 다만 거의 20년 이상 한 회사만 다녔다는 특징이 있지만요.



10년 차에 7,500만 원 수준의 연봉이면 과거 당시를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아주 좋은 연봉이었을 겁니다. 특별히 기술이 있는 분은 아니었으니까요. 전통적인 산업에서 산업의 디테일을 잘 알고 있었고 논리적이고 숫자 감각이 좋았기에 조직에서 인정받아 중간 관리자가 되어 점점 책임을 맡는 역할을 부여받고는 커리어는 걱정 없는 경로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바뀌고 수요가 바뀌면서 업종의 전망 자체가 악화되면서 이 분의 커리어는 구름이 잔뜩 끼게 됩니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역량을 인정받아 실적 전반을 책임질 자리에 올라왔을 때는 과거의 영광은 없는 자리가 되었고, 점점 무너지는 시장 수요를 방어하기도 급급한 독이 든 성배를 쥐게 된 것입니다.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선택했고 기존에 비해 이 분이 맡은 사업의 위상은 조직 내에서 점점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매일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 되었죠.



이때 이 분을 잘 아는, 이미 회사를 그만둔 동료와 선배들이 함께 일하자고 많은 제안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상당수는 더 전망이 있는 사업을 하고 있었죠. 그렇지 않은 폭탄도 있었지만요. 이 시기에 이 분은 이직하지 않고 남아서 책임을 지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 것이 선택에 여러 작용을 했습니다. 새로운 조직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불신, 지금 회사에서 조직 변경으로 상황이 반전될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이직을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분에 대한 회사 내 평가는 부정적으로 바뀝니다. 개인의 역량을 떠나 맡고 있는 사업의 실적이 부족하고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점 필요가 덜한 사람으로 암묵적인 평가가 위에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이 분도 그 분위기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더 한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존버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점점 회사는 안 좋은 회사 내부의 포지션을 제안했고, 그 포지션에서는 누구도 맡기 싫어하는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대해 불만이 몇 년간 쌓이게 되면서 이 분의 성격도 변해갔고 크고 작은 마찰도 생기면서 과거의 평가가 무색해지는 시기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20년 차가 되고 이 분은 9,500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는 있었지만 10년 차에 받았던 연봉과 그때의 기댓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처우와 인정을 받게 되었죠.



그때에 와서야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불만의 포화 상태가 되고 회사 내 관계가 거의 다 끊어졌을 때가 되어서 한 선배가 일하는 곳에 인맥으로 이직하게 됩니다. 이미 나이는 처음 이직 제안을 받았을 때 보다 더 들었고 그때보다 새로운 역량은 추가되지 않은 채로 연봉과 직급만 높아졌기에 매력적인 제안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새로 옮긴 회사도 좋은 사업 모델과 실력 있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회사 사업 모델을 흉내 내고 인맥으로 이루어진 인적 구성이라 얼마 가지 못해 투자금이 끊기고 사업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다시 다른 곳으로 소개를 받아 이직하게 되고를 하면서 지금은 보다 낮아진 연봉으로 커리어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가 이 정도 들고 아직 이 정도 연봉을 받으면서 일을 한다는 것 가체는 성공적인 커리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직 제안을 받았던 자리에서 이 분이 썩 잘 해내어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잘 해냈을 결과도 보장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 버틴다는 것, 한 회사를 오래 다닌 것의 이점이 언제까지 유효기간일까 생각해 보고 이를 이용할지, 진심으로 계속 버틸지 노선을 정하는 것은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역시 사회 내에서 나의 경쟁력을 찾아보는 '메타인지'에서 차이를 만드니까요.



소위 지금까지 쌓아 온 경력과 역량으로 이후 더 발전 없이 기존의 것을 활용하고 기존 이름을 팔면서 커리어를 해 나가는 것을 '글라이딩(gliding)' 등으로 표현합니다. 글라이딩을 멀리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은 가장 높은 곳에서 속력을 올리면서 바람을 등질 때이죠. 최근 10여 년간 노동 시장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정년까지도 아니더라도 50세 근처도 못 가보는 분위기, 40세 초반만 해도 사라져야 할 분위기가 많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한 직장을 다니더라도 연차가 차면 걱정 없는 분위기에서 연차가 찰수록 눈치 보이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변화에 따라 내가 여기 있는 게 더 나은 지, 지금 옮기는 게 더 나은 지 매일 주식 시세를 보는 것처럼 매일 판단과 정리가 누적되어야 하는 필요가 생겼습니다.



현재 직장을 계속 다닐 경우와 이직할 경우 무엇이 더 큰 매력을 제공하는지

여기서 글라이딩을 하는 것과 다음 바람에 글라이딩 하는 것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여기서 계속 인정받고 있는 것인지, 위기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늘 필요하게 된 것이죠.



과거와 달리 원 클럽맨은 소수에게만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락했고 많은 원 클럽맨들은 시간이 갈수록 회사 내에서 덜 매력적인 포지션으로 강요받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고 당신이 그렇지 않다면 다행이지만요.



사람마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가치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치 정립이 모호한 상황이라면 이 사례가 몇 번의 선택이 커리어의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당신의 삶에서 좋은 조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IP]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척도가 있겠지만 보통 하는 성과 평가나 연봉 인상률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희귀한 자원을 얼마나 더 주느냐가 인정의 핵심이죠. 희귀한 것은 포지션, 승진, 연봉, 상대 평가에서의 높은 위치 등이겠죠. 반면 덜 희귀한 것은 격려의 말, 식사 대접, 공개 칭찬 같은 것이 있을 것 같네요. 아무리 앞에서 좋은 말하고 인정하는 것 같아도 정말 '진실의 순간'인 희귀한 자원을 배분할 때 나는 어디에 있는가로 정확한 평가는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내가 회사 내에서 속한 조직의 인정이 중요한데요. 마치 개별 주식 종목 실적이 좋아도 외부 요인으로 증시가 안 좋으면 함께 우르르 주가가 내려가는 것처럼 내가 잘해도 조직이 인정받지 못하면 한계가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비교적 최근에 제가 썼던 아래 링크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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